‘모든 것 끝난 뒤’에 ‘행복’이 찾아오면 성공한 삶일까[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2-20 09:06
  • 업데이트 2023-02-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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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이수만 ‘행복’

화제의 인물 이수만은 누가 뭐래도 성공한 사람이다. 굳이 ‘누가 뭐래도’를 갖다 붙인 건 성공의 기준이 시기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난 동의 못 해.” 옆에서 누가 시비를 건다 싶으면 살짝 화제를 바꾸는 게 영리한 처신이다. 그런 사안으로 논쟁해봤자 공연히 사이만 어색해질 뿐이다.

성공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선망하는 대학에 합격한 것은 성공이지만 명문대 졸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목적은 ‘목표 적중’의 줄임말인데 하나의 과녁을 맞히면 반드시 다음 표적이 대기한다. 시위를 당긴다고 매번 끝까지 목표에 적중할 재간이 있겠는가. 기간과 구간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에 영원한 성공은 없다는 게 작금의 정설이다.

이맘때 대학 당국은 입학식에서 축사를 전할 인사를 물색한다. 입학생이나 졸업생 앞에서 대표연설을 할 수 있는 인생 선배가 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금의환향’ 인증이다. 10년 전(2013) 서울대 입학식에서 축사를 한 사람이 바로 이수만이다. “후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대 71학번 이수만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연설문에는 성공이란 단어가 10번 이상 등장한다. 그가 육성으로 전한 핵심은 이렇다. “즐기면서 일할 때 그 삶은 가장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많아도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감각(눈과 귀의 즐거움)을 산업(국익 창출)으로 확장한 K-팝의 주역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자기계발서가 불티나듯 팔리던 때가 있었다. 3가지만 열거하면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이런 순서다. 이수만을 SM 회장님으로만 기억하는 세대도 있을 테지만 사실 그는 가수로서도 성공한 이력의 소유자다.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일생에 한 번밖에 못 받는다는 신인상(1976)을 받았고 이듬해(1977)에는 10대 가수로 뽑히기도 했다. 동년배들이 지금도 따라부를 수 있는 이수만의 히트곡만 해도 대략 3곡(‘한 송이 꿈’ ‘행복’ ‘모든 것 끝난 뒤’)이 넘는다.

‘안녕이란 말 대신 사랑한다고 했지. 떠나간 지 어느새 너는 나를 잊었나.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온다고 했지. 한 송이 꿈을 남기고 떠난 너를 기다려’ 청년 이수만이 품은 ‘한 송이 꿈’의 핵심은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온다’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수동적으로 미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꿈을 향해 다가간다는 포부로 읽힌다. 그가 꿈꾸었던 행복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근의 모습이 중첩되니 공교롭게도 노랫말 마디마디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을 못 본 척 눈감으며 외면하고 지나간 날들을 가난이라 여기며 행복을 그리며 오늘도 보낸다’(이수만 ‘행복’) 노래를 읊조리다 보니 불현듯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가 귓가를 스친다.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시대는 바뀌어 방탄소년단을 만든 방시혁도 모교인 서울대에서 졸업식 축사(2019)를 맡았는데 그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잘 찾아서 여러분다운 멋진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성공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이수만이 달려온 길도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과 행복의 퍼레이드는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가. ‘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 누구를 기다리나. 무엇을 바라는가’(이수만 ‘모든 것 끝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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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달렸다. 인생 프로그램에서 자리의 순서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행복’ 다음에 ‘모든 것 끝난 뒤’가 아니고 ‘모든 것 끝난 뒤’에 ‘행복’을 배치하니 그림이 제법 그럴싸하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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