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정리해고 대상자도 AI가 결정할 듯

■ 일상이 된 AI

“SW·알고리즘 활용할 것”
인사관리자 98%가 응답
이미 승진·채용 등 활용

“어떠한 법도 위반하지 않도록 개발된 ‘영혼 없는 알고리즘(Mindless algorithm)’이 해고 대상을 결정한 것 아닌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구글에서 지난 1월 1만2000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진 지 며칠 뒤 직원 수백 명이 속한 온라인 대화방에서 이 같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구글은 이번 감원에 알고리즘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WP는 “직원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는 알고리즘이 누가 해고당할지 결정하는 어려운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대기업들이 직원 채용과 업무 평가 등에 알고리즘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직원들의 경력과 자격, 기술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업무 성과 평가에도 알고리즘이 활용되기 때문에 저성과자를 골라내 해고하는 데도 알고리즘이 역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직률이 높은 직원의 특성을 분석하는 알고리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해고 대상을 결정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1월 소프트웨어 평가 사이트 캡테라가 미국 기업의 인사 관리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8%는 올해 정리 해고 대상을 결정하는 데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사 담당자가 알고리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기업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AI)이 개인이나 기업의 업무에 적극 활용되는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등은 유럽은행감독청(EBA)의 데이터를 사용해 구제금융에 관한 정부 결정을 지원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했다. 기업 개인 등이 지급 불능 상태인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찾아주는 서비스다. AI가 판결문 작성에 관여한 예도 있다. 특히 최근 콜롬비아의 한 판사가 저소득 등을 이유로 자폐 자녀의 의료비 면제를 청구한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며 AI와 ‘상담’했다고 밝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