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 컸다… 기준금리 ‘일시 동결’

■ 한은, 기준금리 3.50% 유지

부동산경착륙·금융불안정 고려
7연속 인상 후 ‘속도 조절’
미국 내달 빅스텝땐 격차 더 커져
이창용 “인상기조 끝난 건 아냐”

올성장률 전망 1.7→1.6% 하향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로써 올 1월까지 이어온 7연속 기준금리 인상 태풍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1년 6개월 가까이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누적된 경기 침체 위험과 금융 불안정성, 가중된 서민경제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또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낮추고, 물가 전망치도 3.6%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이어진 7연속 인상 행진도 중단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뒷걸음치기 시작한 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기보다 일단 이전 인상의 물가 안정 효과나 경기 타격 정도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올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과 내수 부진이 겹치며 저성장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3.6%에서 3.5%로 낮췄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시사한 대로 추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3월 21∼22일(현지시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경우, 기준금리 상단이 5.25%까지 치솟아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우려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큰 틀의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4월 11일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