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야 로톡 손 들어준 공정위, 서비스 혁신 갈 길 멀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10억 원씩 최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막고 탈퇴를 종용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판단했다. 로톡의 불법 중재·알선이라는 변협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변협은 불복 소송 제기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하겠다고 반발한다. 그렇지만 변호사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공정위 지적에 무게가 더 실린다.

만시지탄이다. 로톡이 공정위에 변협 등을 신고한 것은 2021년 6월이다. 정부의 늑장에 법적 분쟁이 1년8개월이나 이어지며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3월 3966명까지 늘었던 회원 변호사 수가 지금은 2000명 안팎으로 반토막이 났다. 경영진의 임금 삭감, 직원 전원 재택근무도 모자라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외부 자금줄까지 말라 경영난이 심각하다.

갈 길이 멀다. 세무(삼쩜삼), 의료(강남미인), 부동산(직방), 의료·제약(닥터나우) 등에서 혁신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지만, 관련 협회의 고발 등에 모두 로톡 꼴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좌초했던 타다의 실패를 상기시킨다. 혁신과 경쟁은 시대적 흐름이다. AI(인공지능) 서비스도 곧 상용화할 것이다. 기득권과 혁신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국민 편의성이 최우선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 길을 터줘야 한다. 관련 협회들도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개혁 없이 시장 진입을 막는 반(反)경쟁 방식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