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기소돼도 대표직 유지” 미리 못 박은 민주당 퇴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27일 오후)을 앞두고 민주당 당헌 제80조 개정이 ‘이재명 방탄용’이었음이 새삼 확인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 시절 추진한 정치혁신안의 핵심인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강제 조항인데, 지난해 8월 28일 이 대표를 선출한 전당대회에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제3항을 신설함으로써 무력화했다. 이 대표 본인이 당무위원장이어서 ‘셀프 면죄부’도 가능하다.

더 황당한 일은, 조정식 사무총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폭력을 일삼는다”면서 “(이 대표는) 당헌 80조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80조 3항 자체가 이현령비현령 조항인데, 그나마 당무위 심의 자체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조 총장 논리를 확대하면, 윤 정부 시기에 기소된 모든 야당 인사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 라임 김봉현으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정치 탄압’으로 보고 면죄부를 줄 판이다.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던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강청하는 것은, 이 대표 본인 품성과 중대 범죄 혐의들을 고려할 때, 민주당을 인질로 삼는 안간힘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차원의 끝없는 퇴행은 사당화(私黨化)가 범죄 옹호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불행한 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