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최악의 인사 참사…檢 일색 인사 라인 문책·쇄신해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취소 사태는 다음의 세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인사 실패 사태로 볼 수 있다. 첫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였다. 검증 실패는 말할 것도 없고, 실질적 추천자가 누구인지, 윤 대통령이 정 씨 자녀 학교폭력 문제를 정말 몰랐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 일으킨다. ‘가족 관련 소송’ 질문에 ‘아니오’라고 한 정 씨는 업무방해에도 해당하는 것 아닌가. 둘째, 야당의 ‘검찰공화국’ 정치 공세에도 더 결정적 빌미를 주게 됐다. 셋째, 신속히 인사를 백지화하긴 했지만, 정 씨 아들의 학폭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기 힘들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려면 더욱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학폭 문제를 사전에 거르지 못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이번에 드러난 학폭 사건 및 부모의 대응 행태는 그대로 드라마 소재가 될 만큼 고약하다. 해당 사건이 2018년 보도됐을 때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정 씨는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겠는가. 연일 ‘검찰공화국’ 공격을 해대는 민주당 프레임을 받쳐준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 고위직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있는데, 국수본부장까지 검사 출신을 앉히겠다는 정무적 무감각부터 놀랍다. 사법연수원(27기) 동기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지금은 변호사인 정 씨가 법무·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그림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여권 인사·정무 라인에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인가. 더구나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 씨의 변호인까지 지냈다.

이번 기회에 인사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인사를 추천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인사비서관, 검증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이끄는 한 장관까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인사 라인을 검찰 출신만으로 채워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게 만든 구조부터 문제다. 윤 대통령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인사 라인을 대대적으로 문책하고 쇄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