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결정에 정부 입김 커… 포퓰리즘 건보 정책 우려

중증 중심 효율운영 시급

필수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정상적인 의료 수가를 개선하기 위해선 건강보험에서 정부의 포퓰리즘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 수가는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단체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단체 등 건보 가입자와 공급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결정되지만, 실질적으로 건보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의 권한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2일 의료계 안팎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돼왔던 정부의 건보 수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문재인 정부의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초음파 검사 건보 적용 확대를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건보 적용 항목과 관련 수가를 손보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건보 재정이 과잉·남발 우려가 있는 검사 항목에 집중적으로 소요되는 사이 정작 필수 의료행위에 급여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맹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이 돼 있다. 실제 건보 재정 건전성 문제는 지난 정부 들어서 더욱 악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 재정 수지는 문 정부가 2017년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한 건보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한 후 2018년 1778억 원의 당기 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2019년 2조8243억 원, 2020년 3531억 원으로 그 폭을 키웠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사회구조 변화로 인한 건보 재정의 중장기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의료이용 감소 여파로 지난해 건보 재정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가입자 감소와 지출 증가 등 재정 악화 압력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