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노년층 경제활동 지원은 一石二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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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최악 저출산 해결 긴 시간 필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 급증
경제활동인구 편입 땐 큰 의미

액티브 시니어 재교육이 중요
막대한 저출산 예산 일부 활용
대학 재정난 해소에도 큰 도움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 꼴찌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층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터무니없는 집값과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낮은 출산율로 생산활동인구가 줄어들면 정부 세입이 줄고, 노인 의료비 같은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조만간 0%대로 떨어진다.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은퇴 노년층을 생산활동인구로 전환할 수 있다면 경제활동인구 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매년 고령층으로 편입되는 70만∼90만 명의 베이비부머를 교육을 통해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면 저출산으로 야기되는 문제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재교육 인프라로 대학을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는 은퇴 세대를 위해 5년간 127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 일자리 급여는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친다. 노년층 일자리 정책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재원도 세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현황을 보면 10명 중 8명이 공공시설 봉사로 월평균 50여만 원을 번다. 고학력과 전문성을 겸비해 ‘신중년’이라 불리는 베이비부머는 급여 못지않게 퇴직 전의 경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60세 이상 은퇴 노년층은 경제적 이유 외에도 사회와의 소통, 일하는 즐거움, 그리고 건강 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의 비중이 이미 20%를 넘었다. 취업자 5명 가운데 1명이 60세 이상 노년층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 액티브 시니어가 은퇴 후 자부심을 가지고 인생 제2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재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이 재교육을 통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학교에서 수십 년간 재직한 뒤 60대에 은퇴한 교사가 영상 촬영에 대한 재교육을 받아 영상교육 분야에 재취업하고, 학사 편입으로 상담심리학 학위를 받고 심리상담소를 창업한 이도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 아직도 건강한 노년층이 자기개발로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며 경제활동인구로 기여할 수 있도록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절실하다.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이들의 경륜을 살리고 재교육을 통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대학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그들이 학사편입을 통해 대학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새로운 전공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새로운 직업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학의 강의가 몰려 있는 봄학기와 가을학기에는 주로 온라인 교육을 받고, 상대적으로 강의 공간의 여유가 있는 하계와 동계 방학 때는 대학 캠퍼스에서 오프라인 강의를 들으며, 또래 세대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6년간 예산을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미미했던 저출산 정책 예산의 일부를 전환해 재교육을 희망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지원한다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에 이 사업을 통해 재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관련된 대학과 교육정책의 변화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은퇴 노년층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 그들의 일자리를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이들이 지닌 경험과 전문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킨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생산활동인구의 부족, 노인빈곤율 증가, 잠재성장률 감소와 같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반드시 서게 될 ‘인생 제2막’의 무대를 위해 지금부터 함께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