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초고속 파산 사태에 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 로고[AFP 연합뉴스 자료사진/GETTY IMAGES NORTH AMERICA 제공]

뉴욕증시 나스닥 1.76%↓마감…주식 팔고 안전자산 ‘쏠림’
임금상승 둔화 발표에도 하락 못 면해…美 국채 금리 대폭 하락
아시아·유럽 증시·가상화폐시장에도 악영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SVB 파산 소식에 뉴욕증시는 은행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1,909.6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6.73포인트(1.45%) 떨어진 3,861.5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99.47포인트(1.76%) 밀린 11,138.89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SVB 파이낸셜의 주가 폭락 사태에 따른 은행주로의 전이 위험에 주목했다. 전날 채권 포트폴리오 손실에 증자를 모색했던 SVB는 결국 파산했다. 모기업 SVB파이낸셜이 이날 오전 증자에 실패해 매각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으나, 미 금융당국은 은행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세웠다. SVB는 미국 내 16번째 규모의 은행이다. SVB의 이번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SVB 파산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피어나면서 투자자들은 채권과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분위기다. 위험자산인 주식은 투매세가 이어졌다. ‘제2의 SVB’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일부 은행주들이 동반 폭락한 여파도 컸다. 시그니처뱅크와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가 각각 22%, 14%, 37% 이상 추락했다.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4% 이상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4% 이상 하락했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0.8% 하락했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국채금리는 더욱 하락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VB 사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대규모 소매 고객 기반이 없는 특수 은행들에 국한된 사태로 은행업 전반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JP모건체이스는 2% 이상 오르고, 웰스파고는 강보합세로 장을 마치는 등 대형 은행권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상 실업률 증가와 임금 상승률 둔화는 시장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21~22일 회의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1만1000명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2만5000명 증가를 웃돌았다. 2월 실업률은 3.6%로 집계돼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월치(3.4%)에서 소폭 상승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3.4%도 웃돌았다. 비농업 고용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실업률이 오르고, 시간당 임금이 둔화한 점은 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줬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가 고용 지표 발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고, 10년물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SVB 사태는 해외 증시로도 공포심리가 전염됐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CNBC 방송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3.04%,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6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 각각 하락했다. 파산 소식까지 전해 들은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600지수는 1.35%, 영국 FTSE 지수는 1.67%, 독일 DAX 지수는 1.31%, 프랑스 CAC 40 지수는 1.30% 각각 떨어졌다. 특히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의 대형 은행주들은 최소 4% 이상 급락했다.

가상화폐도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이 한때 2만 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불과 24시간 만에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에서 700억 달러가 증발했다고 CNBC가 전했다.

김상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