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에 몰빵’ SVB CEO 책임론… 주주들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

Fed, 감독과정 등 평가 착수

유동성 위기로 폐쇄되며 미국 금융시장을 ‘시스템 위기’ 공포로 몰아넣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그레그 베커 CEO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주주들은 그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SVB의 감독과 규제에 대한 평가(Review)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혼란한 상황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완전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만큼 그가 의회 청문회나 법정에 서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VB 주주들은 이날 베커 CEO와 대니얼 벡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class action)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SVB 주주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의 사업 기반이 약화하고 다른 고객층을 가진 은행보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은행 부실이 공개되기 몇 주 전인 2월 27일 베커 CEO가 360만 달러(약 47억 원)에 달하는 SVB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점도 주주들이 공분하는 사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베커 CEO의 경영상 실책을 지적했다. WSJ는 베커 CEO가 고객들의 예금을 미 국채 등에 대거 투자하면서도 통상 금리 스와프(Interest rate swap) 형태로 이뤄지는 금리 헤지(위험 회피)를 오히려 해지했다고 지적했다. SVB가 지난 한 해 동안 채권에 투자한 규모만도 140억 달러인데, 지난해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베커 CEO는 여전히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모험을 걸었다는 의미다. 이는 SVB의 손실을 키우는 촉매로 작용했다.

Fed 역시 SVB에 대한 평가에 착수했다. Fed는 이 과정에서 SVB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독 과정은 물론 내부 통제 부실 등 문제들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Fed는 SVB 관련 규제와 감독에 대한 자체 평가결과를 오는 5월 1일 공개할 예정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SVB를 둘러싼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하며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