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독, 중국 겨냥 국방비 대폭 늘린다

영국, 향후 2년 50억파운드 증액
“중·러가 세계질서 도전·위협”

독일, 1000억유로 방위기금 추진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서방도 중국 견제용 국방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 정부는 13일 향후 2년간 국방비를 50억 파운드(약 7조9000억 원)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중국을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로 명시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이날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 내용이 담긴 통합보고서(IR)를 공개했다. 핵심은 국방비 증액이다. 국방 부문 추가 예산 50억 파운드 가운데 30억 파운드(4조7000억 원)는 미국·호주와의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서 합의한 내용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대체하고 군수품 인프라를 개선하는 용도로 쓰인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식량 무기화, 무책임한 핵 발언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더 공격적인 태도와 결합해 위험하고 무질서하며 분열된 세계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의 호전성을 군비 확장 이유로 꼽은 셈이다. 수낵 총리는 이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가진 나라”라며 “이는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반도체 등 민감한 산업에서 중국 투자를 막겠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영국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대만에 1억6700만 파운드(2646억 원) 규모의 잠수함 부품과 기술 수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 중국 외교부는 이에 “중국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 이면엔 러시아를 넘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쟁 발발 이후 1000억 유로(139조6000억 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만들기로 한 독일은 지난해 12월 내부보고서에서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합병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손우성·김선영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