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곡물가, 우크라전쟁 이전 수준으로… 식품업계 원부자재 비용 부담 줄었다

대두, 작년 2월보다 10% 떨어져
밀, 작년 3분기부터 내림세 보여
곡물 생산 늘어 하락 지속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급등한 수입 곡물 가격이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식품업계의 원부자재 비용 부담이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지던 가공식품·외식물가 인상 흐름이 누그러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콩(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약 27.2㎏)당 14.9달러로,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24일(16.5달러) 당시 가격보다 10%가량 떨어졌다. 밀 선물 가격 역시 같은 기간 부셸당 9.3달러에서 6.8달러로 떨어졌다. 앞서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부셸당 12.7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에 많이 쓰이는 팜유와 옥수수 역시 가격이 10∼20%가량 하락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늘고 소비는 줄면서 곡물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2분기 식용·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각각 163.7, 158.1로 1분기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지수는 2015년 곡물 선물가격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수치다. 지난해 14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도 올해 1200원대로 낮아지면서 식품업계의 원부자재 수입 비용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곡물 가격과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식품업계도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초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식료품 가격 인상 계획을 잇달아 철회한 것에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곡물 가격 안정과 함께 정부가 식품업계에 대한 물가 안정 동참 압박 수위를 높인 점도 가격 인상 억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