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전모 밝혀내야 할 文정부 ‘통계 조작’

  • 문화일보
  • 입력 2023-03-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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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파워인 정부에 대한 신뢰의 차이로, 정부가 하는 일과 발표하는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라 하겠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정부의 설명에 기초해 의사결정(public choice)을 해 나가는 정치 행위가 선순환한다면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의 통계 왜곡 의혹에 대한 감사가 해를 넘긴 데 이어 조사 기간을 또 연장한다고 한다. 이제는 노동·자본·기술에 이어 데이터의 양과 질이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주는 빅데이터 시대인 만큼 통계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의혹은 한 점 빈틈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정부가 실패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부당한 의도적 개입 내지는 조작이 꼽힌다. 선거와 투표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고 연장하는 정치권으로서는 소득·고용·부동산 가격 등의 통계를 입맛에 맞게 고치고 싶은 유혹을 쉽게 받는다. 중국의 통계를 잘 안 믿는 이유도 이런 통제사회의 불투명성에 있다.

통계청은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공보처에 통계국을 둔 것을 시작으로 경제기획원 산하 통계국을 거쳐 이제는 기획재정부 외청으로 발전했다. 지위가 격상되면서 통계의 질 제고와 독립성 및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공식 발표 전 통계 검토의 빈도가 그 전 정부에 비해 4배나 늘었다. 의도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분배를 개선해 소득을 창출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분배 통계가 나오자 임기제 청장을 급거 교체했다. 이후 표본 수정을 통해 빈곤층 분배 상태가 17%나 나아진 것으로 발표됐는데, 그전에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기초해 생산하던 분배 통계를 주택공시가격 기준으로 바꿔서 그렇다고 했다. 기준을 바꾸려면 정해진 절차와 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역시 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사례는 소득 통계만이 아니다. 문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사회 전역에서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고용 통계가 나오자 사전 점검을 통해 통계를 고쳤다. 기간제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개념이 다르며, 재정 지원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이 크게 늘고, 최저임금이 급상승하면서 시장의 대응으로 나타난 고용 통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집값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문 정부 시절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다주택자 전체를 적폐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세금폭탄 수준으로 부동산 세제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부동산원에서는 표본을 변경해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KB부동산통계와는 5배나 차이가 나는 집값 통계를 만들어 이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했을 때 국민은 냉소했다.

통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성과를 비교해 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객관적이고 일관된 비교 가능성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감사원은 적정 절차(due process)와 정부 통계의 신뢰성이 정치 선택의 근간임을 감안,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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