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혁 출발은 비례의석 확대… ‘지역구 축소’의 산 넘을까[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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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선거제도 개혁과 의원정수

19년만의 국회 전원위, 절호의 개혁 기회…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부추기는 제도 해결 과제
지역구 축소는 의원이 반대,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이 반대… 대표성-비례성 조화 개혁안 도출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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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은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절호의 기회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를 허물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최대 과제다.

하지만 여기엔 국회의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무엇보다 다양성 확보를 위한 비례의석 확대는 ‘지역구 의석 축소’라는 난제와 맞물려 있다. 선거 경쟁의 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 그 주체가 되는 플레이어, 즉 의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회 전원위 소집

오는 27일부터 2주 동안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국회 전원위가 열린다. 전원위는 본회의 처리 전에 의원 전원이 참석해 토론하고 심의하는 제도다.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일 경우 심의대상이 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번 전원위는 2004년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 토론 이후 19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선거법 개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에야말로 정당과 의원들은 이해관계에만 얽매이지 말고 국민을 위한 22대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여야에는 아직 공식 당론이 없다. 그야말로 백가쟁명 백화제방이다.

전원위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3가지 선거제도 개정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그러나 각 정당은 물론 개인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합의가 도출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에서 약세인 보수정당이 지역구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 방식이 의석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속셈도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수도권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대 입장이다.

선거법 개정 논의와 관련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늘릴 것인가. 이는 비례대표 의원의 수를 얼마로 할 것인지, 이를 위해 지역구 의석을 그대로 둘 것인지 줄일 것인지와 연동돼 있다. 다른 하나는 비례대표 선출에서 연동형과 병립형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다. 이는 권역별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다.

◇비례의석 확대 여부

선거제도 개혁, 즉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는 위 그림에 나타난 ‘의사결정 나무’(decision making tree)를 통해 손쉽게 파악해 볼 수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고, 특히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한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는 다소 동의하는 바가 있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혁 성공의 관건은 의원 정수를 어떻게 손볼 것인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지역구 의석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비례의석을 현행 47석에서 50석 늘린 97석으로 해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그림의 가장 왼쪽). 만약 의원 세비를 줄여 의석 증가로 인한 예산의 증가가 없을 것이라는 점과 국회 윤리위원회를 강화해 의원의 품격을 규제하겠다는 점 등을 약속하면 국민 설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 등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적극 결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반면 지역구 의석만 확대하고 비례의석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국민 정서상 불가능한 해법이다(그림의 왼쪽 두 번째). 이 방안은 기존의 지역구와 비례의석의 불균형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비례성의 향상은커녕 더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것이므로 개혁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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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석 축소 여부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고 그만큼 비례의석을 확대해 현재의 의원 정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그림의 오른쪽 두 번째). 단순히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것보다 전체 의석 중 비례의석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에서 개혁 효과가 두드러지는 방안이다. 하지만 자기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다.

이 방안의 성공 여부는 ‘지역구 의석 축소-비례의석 확대’라는 여론이 얼마나 의원들을 압박할지에 달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제16대 총선(2000년) 당시 국민 고통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국회가 자발적으로 의원 정수를 축소한 일이 있다. 당시 비례대표 46석은 그대로 두고 지역구 의석만 26석을 축소했었다. 여론만 조성되면 지역구 의석 축소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의원 정수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은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그림의 가장 오른쪽). 문제는 비례대표 비율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전에 병립형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서 의석 배분의 불비례성이 개선되지 않았던 것은 병립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비례의석 비율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다. 현행과 같은 지역구와 비례의석 비율로는 연동형을 택한다 해도 비례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관건은 의원 정수

선거법 개정을 통한 선거제도 개혁의 출발점은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석의 비율 개선이라고 봐야 한다. 관건은 의원 정수 문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국단위 비례대표 선출을 권역별 연동제로 변경해 생기는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선 비례의석이 100석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이에 맞춰 의원 정수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에서 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는 평균 8만 명 수준인데 한국은 1인이 17만 명이나 대표한다. 제헌국회 당시 의원 정수는 200명으로 1인당 10만 명을 대표했었다. 정수가 299명으로 확대된 13대 총선(1988) 당시 인구는 4200만 명이었고, 2024년엔 5150만 명으로 는다. 인구 증가나 타 민주국가 사례 등으로 볼 때 의원 정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정개특위에서도 의원 정수 20% 확대를 권고안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의원 정수 문제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분노지수를 감안할 때 의원 정수 확대는 ‘논 스타터’”라고 말했다. 국회 전원위 소집은 좋은 기회다. 전원 회의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두텁게 하는 야합이 아니라 비례성과 대표성을 조화시키는 논의로 채워져야 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지역구 의석과 비례 의석을 연동해 산출하는 방식. ‘병립형’은 지역구 당선자는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비례 의석만 정당 득표율에 의해 배분하는 것.

‘비례성’이란 투표자의 지지비율과 정당 의석비율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 하는 것. ‘대표성’은 특정 정파나 집단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얼마나 의석 확보로 연결되느냐 하는 것과 연결됨.

■ 세줄요약

국회 전원위 소집:선거법 개정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27일부터 소집됨. 이는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절호의 기회.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를 허물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핵심 과제.

비례의석 확대 여부 : 다양성 확보를 위한 비례의석 확대는 ‘지역구 의석 축소’라는 난제와 맞물려 있음. 경쟁의 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 플레이어, 즉 의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개혁의 장애가 되는 상황.

관건은 의원 정수 : 선거제도 개혁의 출발은 비례의석 확대. 따라서 국회 전원위 소집을 계기로 비례성과 대표성의 조화가 절실해짐. 이는 지역구 축소냐 유지냐, 의원 정수 동결이냐 확대냐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