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방송법 ‘야당 단독처리 → 대통령 거부’ 악순환 예고

민주, 쟁점법안 잇단 ‘입법독주’
협치 실종에 정국경색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이 2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건의를 예고하면서 정국이 입법전쟁의 대혼란으로 휩싸이고 있다. 주요법안 처리과정에서의 협치 실종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해 단독 표결을 강행하기로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며 쌀값 안정화법 개정 취지를 왜곡하고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대통령은 거부권만 일삼고 있으니 민생이 파탄지경”이라며 여당을 향해서는 “입법부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상임위원회 단독 의결로 방송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도 본회의에 직회부하며 ‘입법 독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노란봉투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쟁점 법안도 본회의 직회부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당은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강 대 강’ 입법 대치가 무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민주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흠집내기’ 목적으로 단독 입법을 강행하고 있고 정부는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 벼르고 있어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여·야·정의 관계는 협치를 논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