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공 4895억 손해 고의성 여부가 ‘이재명 배임’ 쟁점

■ 이재명 대표, 재판서 공방 예고

법조계 “배임의 동기로 꼽히는
428억원 약정 의혹도 규명해야”
李측“부동산 폭등에 이익 늘어”

성남FC, ‘부정청탁 여부’ 쟁점

대장동 배임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관련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배임의 고의성과 동기, 부정한 청탁 등을 놓고 향후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전개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수익을 몰아줬다는 것이 입증돼야 해 ‘고의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가 전날 이 대표를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부패방지법 위반·제3자 뇌물·범죄수익 은닉 등 5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주된 혐의로 꼽히는 배임의 유죄 가능성을 두고 법조계 내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을 성남도공이 확정이익만 취하는 방식으로 설계, 성남도공이 받았어야 할 적정 배당이익(6725억 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1830억 원만 배당받아 4895억 원의 개발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확정이익 방식을 취한 것은 당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 안정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으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 이익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고의성이 입증되면 배임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배임 동기가 규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관계에 따라 사업을 설계한 정황이 명확하다”면서 “대장동 공공개발과 신흥동 1공단 공원화라는 공약 달성이란 정치적 목적이 있던 데다, 검찰이 성남도공에 손해를 끼친 액수가 특정한 상태라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원로 법조인은 “배임 혐의가 주로 대장동 일당의 진술로 구성됐다”며 “관계자 진술만으로 성남도공이 실제로 손해를 본 것인지, 또 손해를 끼친다는 걸 알면서도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대장동 사업을 설계했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돈이 오간 정황이 분명한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적용한 제3자 뇌물죄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 뇌물과 달리 제3자 뇌물은 직무 관련성과 더불어 부정한 청탁 여부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기업과 이 대표 간 거래는 묵시적 청탁으로 볼 수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앞서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삼성이 최서원 씨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준 지원금을 제3자 뇌물로 본 만큼 검찰 입장에서도 비슷한 범죄 구조를 가진 성남FC 건은 비교적 혐의를 입증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3자 뇌물 혜택을 본 수혜자가 성남 시민이라는 점에서 국정 농단과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김무연·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