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한·일 ‘윈윈’할 경협 프로젝트 많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3-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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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나무는 사람과 달리 처음 뿌리내린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움직일 수 없는 탓에 환경의 변화에도 적응해야만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주변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태양을 향해 우듬지를 곧추세우는 이유다.

처음 뿌리내린 곳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것은 비단 나무만이 아니다. 국가 역시 태고에 자리 잡은 곳을 떠날 수 없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강대국들을 이웃으로 둔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해 국제 정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기에 현명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6∼17일 1박 2일 일본 방문은 지정학적 변화와 새로운 통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결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온갖 역경을 견디며 상처 입고 구부러진 가지들을 다시금 보듬고 미래를 향해 우듬지를 곧추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일 기간에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양국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게이오대(慶應大) 강연 때 한 일본 학생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질문했고, 윤 대통령은 한국을 자주 방문해 달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한·일 협력의 새 시대가 열렸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우리 재일동포들과 기업인들은 한·일 관계 정상화와 미래를 준비하는 경제 협력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번 정상 방일은 양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로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양국 간 교역에 불확실성을 초래했던 수출 규제의 해소는 양국 간 경제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조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자국 우선주의의 확산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비롯한 새로운 통상규범의 태동 등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일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양국 모두에 이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양국 정상이 협력의 큰 발걸음을 내디딘 만큼 정부는 기업과 함께 실질적인 협력의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한·일 경제 협력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우선, 선제적으로 일본 측의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해제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절차가 23일 마무리 됐다. 이와 함께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우대국)의 조속한 원복을 위해 일본 측 주관 부처와 협의도 긴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경제 협력을 위한 프로젝트를 신속하고 충실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액화천연가스(LNG) 협력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2050 탄소중립 공동 이행, 플랜트 등 분야에서의 제3국 공동 진출, 기술 패권주의 등 글로벌 통상 현안에 대한 공조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중단됐던 던 양국 정부 간 협력 채널을 재개하고, 반도체와 바이오 등 첨단 분야 협력 채널의 신설도 모색하려고 한다.

가로수는 종종 강풍에 맥없이 쓰러지지만, 숲에 있는 나무들은 이웃한 나무들과 우듬지를 맞대고 강풍의 힘을 서로 나누고 감쇄(減殺)하면서 태풍에도 쉬이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가까운 이웃인 한·일 양국이 우듬지를 서로 맞대어 세계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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