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건축은 ‘싸움’인가

안도 한국방문 맞춰 평전 출간
자연 친화·자유분방한 스타일
기본기·긴장·구상력의 결과물

목수가 집 증축을 위해 지붕을 잘라내자 넓게 트인 하늘에서 빛이 쏟아졌다. 어두컴컴했던 소년의 방이 은총을 받은 듯 환해졌다. 소년은 연한 쇳가루를 날리며 작업하는 목수의 모습에서 ‘건축’이라는 꿈을 발견했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방한에 맞춰 출간된 평전 ‘안도 다다오, 건축을 살다’(사람의집·사진)에 나오는 일화다. 일본 건축 비평가 미야케 리이치(三宅理一)가 쓴 평전은 안도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그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축가 중 한 명이 된 과정을 기록한다. 소년 안도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동네는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었다. 봄날의 흩날리는 벚꽃과 가을 감나무, 숲이 우거진 강변은 훗날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이라는 안도 스타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유분방하되 매사에 합리적일 것’이라는 신조는 자신을 키운 외할머니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잠시 프로 복서로 활동한 안도는 링 위에서 공격보다 중요한 건 방어력이며, 방어력은 탄탄한 기본기에서 만들어진다는 ‘싸움의 기술’을 터득했다. 형태나 용도가 바뀌어도 흔들림 없는 기본기는 주거 시설인 ‘스미요시 나가야’부터 ‘빛의 교회’ 같은 종교 건축, 서울 마곡에 자리한 극장 ‘LG 아트센터 서울’ 등 장르를 넘나드는 걸작이 탄생한 배경이 됐다.

안도는 “건축은 싸움이다. 긴장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모든 것이 달렸다”며 “긴장을 지속하고 사물을 파고들어 재조합하는 구상력이 기존 조합을 깨부수는 강력한 건축을 낳는다”고 말한다.

한국어판 부록에는 ‘LG 아트센터 서울’을 비롯해 제주도 ‘유민미술관’과 ‘본태박물관’, 강원 원주의 ‘뮤지엄 산’ 등 안도가 한국에 지은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