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 유연화, ‘일자리 창출’ 이슈로 동력 확보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 중인 국제노동전문가 스테판 카르실로(왼쪽)와 알렉산더 히젠(오른쪽)이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한국에 대해 ‘공정’ 어젠다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 카르실로·히젠 OECD 수석에 듣는‘尹정부 노동개혁’방향

프랑스도 청년·저숙련자 등 위한
공정 어젠다 통해 개혁 추진
기업차원 노사교섭 촉진하고
해고절차 완화,경영비용 줄여

근로시간 유연성·건강권 확보
조화 쉽지 않아… 유럽 관심사
임금·생산성간 괴리 해소해야

파리=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한국은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왔던 노동시장 개혁이 최근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대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장시간 근로’ 우려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주당 최대 69시간 근무만 부각돼 제동이 걸리면서 임금체계·파견제도 개선 등 다른 개혁 과제 또한 줄줄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테판 카르실로·알렉산더 히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OECD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저숙련·청년·이민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공정’의 어젠다를 통해 추진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공정’ 어젠다를 통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 2017년 프랑스의 노동개혁에 대해 관심이 많다. 프랑스 노동개혁의 배경과 목적은 무엇이었나.

카르실로 = 프랑스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며 많은 과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프랑스의 고용률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특히 저숙련 근로자·청년·이민자·고령 근로자와 같은 취약계층은 기존 노동시장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해소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심화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의 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점점 더 많은 인력이 단기 계약으로 고용됐고, 가까운 미래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전망은 제한적이었다. 이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수치상으로 개혁 조치 이후 정규직 고용 비율은 증가했고 비정규직 고용 비율 감소 추세는 나타나고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변화시켰다는 것인데.

카르실로 = 2017년 개혁안은 고용보호법제(EPL·Employment Protection Legislation)를 개편해 집단해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한 기존 산업별 중점의 교섭 체계를 개별기업 차원으로 바꿨고 기업 차원의 노사 교섭을 촉진했다. 이런 개혁 방향은 OECD 일자리 전략의 권고 사항과 대체로 일치했다. 해고 규정을 구체화해 경영 비용의 비효율성을 줄였다. 이는 최근 프랑스 내에 해고 비용이 줄어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에선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사용자에게만 이익이라는 여론이 크다. 노동자와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이익이 없나.

히젠 = 사용자의 사회보장 기여가 감소하면 근로자의 비용을 절감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동시에 저임금 근로자(대부분의 실업자 포함)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한다.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한 집단에 기회를 제공한다. 고용 보호 조치를 개혁하면서 부당 해고의 경우 허용할 수 있는 보상 수준을 제한했고, 법적 불확실성과 고용 비용을 크게 줄였다. 노동 비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었다.

―한국은 근로시간 산정을 주 단위 이상으로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 중이다.

히젠 = 법적으로 평균 근무시간을 두는 것은 장시간 근로를 막는 중요한 수단이다. 주별로 산정할 경우 총 근로시간을 일시적으로 초과할 수도 있지만 산정 단위를 확대할 경우 기업은 더 긴 기간 동안 평균 근로시간의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한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장시간 근무시간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근로시간 유연성과 건강권 확보를 조화하는 것은 마련하기 쉽지 않고, 모든 유럽 국가의 관심사다.

―한국은 연공제 임금체계가 많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왜곡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히젠 = 높은 연공성으로 인해 임금이 생산성과 괴리를 보일 경우 기존 대기업 정규직에 속하지 못한, 특히 청년 구직자와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등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이중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연공서열 기반 임금체계다. 고령 근로자의 임금과 생산성의 격차를 발생시킨다. 한국에서는 일정 수준의 생산성 분산으로 직업 이동성을 촉진하거나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여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정규직 과보호 지적도 나온다.

카르실로 = 근로자의 입장에서 비슷한 경력과 능력을 가졌는데도 이중 구조가 심화한다면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가 제한된다. 정규직이 엄격한 고용 보호 혜택을 받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국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은 기업 고용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하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가입과 훈련을 확대해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소해야 한다.

■ 스테판 카르실로(Stephane Carcillo)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랑스 마크롱 행정부의 노동개혁을 설계한 주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세계적 노동 전문가로 평가된다. 특히 고용정책에서 이론적 접근보다 실증적 연구를 추구하며, 통계적 기법을 통해 고용정책에 접근하는 연구를 발표해 왔다. △프랑스 팡테옹-소르본 파리1대학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 △독일 노동연구소(IZA) 연구원 △프랑스 재정부 장관 고문

■ 알렉산더 히젠(Alexander Hijzen)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계화와 노동시장, 위기의 노동시장, 신흥국 사회보호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 연구전문가다. 특히 이코노믹저널·유럽이코노믹리뷰 등에서 활발히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현재는 임금·고용 문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영국 노팅엄대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 △노팅엄대 세계화와 경제정책센터(GEP) 연구원 △독일 노동연구소(IZA)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