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신체를 매개로 그린 생명의 바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연옥, 생명의 약동, 72×60㎝, 유화, 2023.

이재언 미술평론가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개화의 순서도 없이 온갖 봄꽃이 일제히 만개해 눈부신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꽃 속에서 노니나니 그 향기가 옷에 가득하구나(弄花香滿衣).’ 당(唐)시인 우량사의 시구가 절로 입가에 맴돌지만, 안타까움으로 어쩔 줄 모른다. 폭풍을 동반한 비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시절 꽃들의 절명시(絶命詩)가 귀울음을 한다.

이런 봄날의 감상을 흔들 심산인가, 김연옥 화가는 화폭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꽃들을 피워 주는 것도, 또 거두어 가는 것도 섭리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는 듯하다. 바람이 불어야 봄인 게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꽃을 흔들지만, 생명의 리듬이며 매개이다. 바람이 있어 생명은 산종(散種)하고 번성한다.

온 하늘을 뒤덮는 송홧가루가 기류를 타고 춤추는 듯, 화면 가득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신체의 직접적 활용이 의미를 갖는다. 붓의 매개보다는 몸의 매개가 그 숭고한 생명의 약동을 더 잘 표현한다. 충동과 우연이 시키는 대로의 것, 그 또한 섭리이자 자연율이다. 바람의 깊은 뜻에 따라 떨어지는 꽃들도 아름답게 보내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