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완전한 선박 수소엔진 개발… ‘조선업 패러다임’ 바꾼다[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2021년 인도한 메탄올추진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의 시운전 모습. HD현대 제공

■ 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10) HD현대

정기선 사장 “바다 잠재력 활용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이루겠다”

조선해양, 獨 기업과 ‘수소 동맹’
LNG선에 고효율 연료전지활용

선박 자율운항 회사 아비커스는
무인으로 대양횡단 세계 첫성공

HD현대가 친환경·디지털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사와의 초격차 실현에 나섰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할 신기술, 그리고 이를 개발할 인재 확보를 통해 조선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대전환(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HD현대는 퓨처 빌더로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기술력을 융합해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CES 2023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에스토니아 엘코젠과 ‘고체산화물연료전지 및 수전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연료전지 개발 및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나섰다. 대용량 고체연료전지시스템의 상세 설계와 시제품 테스트를 시작하고, 프라운호퍼의 수전해 기술과 엘코젠의 연료전지 핵심부품 제조 능력을 활용해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연료전지를 대형선박에 적용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을 비롯해 두산퓨얼셀, 하이엑시엄, 노르웨이선급협회(DNV)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오는 2025년부터 쉘이 운용할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600㎾급 고효율 고체산화물연료전지를 탑재·활용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를 바탕으로 연료전지를 추진 동력원으로 쓰는 고효율 친환경 선박을 개발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HD현대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의 55%인 총 54척을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에만 총 3조6200억 원 규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9척을 확보했다. 전체 시장에서는 중국이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벌크, 탱커 등과 달리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친환경 선박 분야에선 한국 기업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수소엔진의 첫 단계인 LNG·수소 ‘혼소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LNG·수소 혼소엔진은 디젤연료와 LNG·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각종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인 친환경 엔진이다. HD현대는 올해 수소 비중을 더욱 높인 혼소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완전한 수소엔진을 활용한 육·해상 수소생태계를 구현할 방침이다.

HD현대의 ‘무인 선박’ 분야 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대형상선에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해 세계 최초로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하이나스 2.0(HiNAS 2.0)을 수주하며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은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등 총 23척의 대형선박에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성지’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로 사옥을 옮긴 HD현대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23일 고려대와 ‘미래 인재 육성 산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HD현대는 연간 40여 명의 고려대 학생을 선발해 채용 연계형 현장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인원은 임원면접을 거쳐 채용하기로 했다. 방학 현장실습 후 채용이 확정된 학생에게는 남은 학기 장학금을 지급한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HD현대-고려대 DAY’ 행사를 개최해 산학과제 발표, 최고경영층 특별 강연, 교우 멘토링 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대와 손잡고 ‘스마트 오션 모빌리티’ 대학원 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 조선해양 분야 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입사 지원 시 가산점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전공생들은 조선해양,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를 융합한 미래 조선산업 분야의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기술 혁신이 곧 기업의 미래 경쟁력인 만큼 인재 육성과 확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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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