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금융불안에 기준금리 2연속 동결

한은, 연 3.50% 유지
이창용 “올 성장률1.6%하회”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으로 두 번 연속 동결했다. 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까지 떨어진 만큼, 금리를 더 올려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우려로 얼어붙은 경제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한은은 지난해 4월∼올 1월 동안 7연속 인상 행진을 이어온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3월 물가 상승률이 4.2%(전년동기대비)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지고, 거시 경제지표 지표가 악화한 점을 주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조만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5월 3일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사상 최대치인 1.75%포인트로 높아지게 된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1.7%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10일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해제했고, 선진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이관범·임정환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