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보다 경제회복’… 韓銀, 금리인상 ‘종착지’ 왔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이창용의 선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번 연속 기준금리 3.50%로 동결을 결정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기준금리 3.50%로 유지

금통위원 전원이 “동결” 의견
5명은 “3.75%까지 열어둬야”

경상수지 2개월 적자 적신호
PF발 유동성 위기 우려 커져

한미금리차 1.75%P 가능성
유가 상승에 외환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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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우선 정책 목표인 물가안정보다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한 이슈라고 판단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2연속 금리 동결로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곧바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치를 다시 한번 경신할 수 있는 데다, 외환시장 불안·국제유가 및 공공요금발 물가 불안 요소가 살아 있어 한은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 긴축정책의 방향을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금융통화위원 전원일치로 이뤄졌다”면서 “이 중 5명은 산유국 추가 감산 여파, 공공요금 인상 영향,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최종금리를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한 “시장의 금리 인상 종결·인하 기대는 과도하다”며 “물가가 연말에도 3% 초반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단기 목표(2%)에 수렴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경기침체 연착륙과 금융불안 완화에 무게를 실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의 가장 큰 걱정은 금융 불안정”이라며 “지금 금리를 올릴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연쇄적으로 발생한 해외 은행의 유동성·신용 위기는 신속하게 진화됐지만 금융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높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깊어지고 있는 경기침체의 그늘도 문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반도체 경기가 하락하면서 경상수지는 올해 1∼2월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따른 반도체 수요 회복이 하반기에나 나타날 전망이라 경상수지 흑자 전환은 상반기 중에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환호성이 나오지만, 현 수준의 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은 물가 흐름과 미국과의 금리 역전 리스크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들어 4.2%로 내린 반면에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4.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및 국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불씨를 살릴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다. Fed가 다음 달 2∼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은도 다음 달 25일 금통위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해 금리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올라가는 추세라면 한은도 금리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