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만으론 안 돼”… ‘스쿨존 펜스’ 의무화 목소리 커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오전 대전 서구 문정사거리 어린이 사망사고 현장(왼쪽 사진)엔 스쿨존 안전 펜스가 없다. 반면 대전 유성구 수정초등학교 도로옆으로 안전 펜스가 잘 설치돼 있다.(오른쪽)

제도시행 3년째 사고 안 줄어
“정부 차원서 예산 증액 절실”

글·사진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으로 희생된 배승아 양의 발인이 11일 치러진 가운데 이 사고를 계기로 스쿨존에 방호 울타리(안전 펜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벌 위주의 ‘민식이법’ 시행에도 관련 사고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0년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에서 2021년 523건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481건으로 500건에 육박했다.

현행법상 스쿨존은 과속 단속 카메라와 신호등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관련 표준모델 매뉴얼에 따르면 스쿨존 시·종점 표지판, 무인 과속 단속장비 등은 속도제한(30㎞)과 횡단보도에 관한 안전표지, 과속 방지시설, 미끄럼방지 시설도 함께 설치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안전 펜스는 관련 시행 규칙상 ‘권고 사항’에 불과한 실정이다. 매뉴얼상 권고 대상 시설은 보행자용 안전 펜스를 비롯해 속도제한 표지, 횡단보도 보행 신호기 등이다. 안전 펜스는 스쿨존 도로와 인도 사이를 1m 내외 높이의 철제 혹은 나무 울타리 등으로 분리하는 시설이다.

대전 서구의 관계자는 “방호 울타리는 필수가 아닌 권고 대상 시설이어서 예산이 한정된 자치단체로서는 전수 설치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앞으로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설치될 수 있도록 하려면 관련 시행규칙 개정과 함께 대폭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승아 양의 빈소가 마련된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날 오전 8시 30분 발인이 엄수됐다. 승아 양은 지난 8일 오후 2시 20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만취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