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하고 아파트에 마약공장… 일당 4명 구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대마 재배시설 검거 브리핑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대마 생산시설 3곳 적발
필리핀 수감 ‘텔레그램 마약왕’
원격유통지시 포착… 3명 구속

한동훈, 마약·강력부 신설 지시

아파트 단지 등 생활 주거지역에서 마약 생산공장을 운영하던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판매를 이어오다 검찰의 ‘다크웹 수사팀’에 덜미를 잡혔다.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 씨도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황에서 원격 지시로 국내에 마약을 유통해 오다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주거단지 내에서 마약을 버젓이 제조할 만큼 마약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 데다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강력한 마약 범죄 단속 및 적발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주거 밀집 지역에 마련된 전문 대마 재배 및 생산시설 3곳에서 대마를 생산해 오던 일당을 적발해 A 씨 등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서울 중랑구와 경남 김해시 일대 주택가 및 아파트 단지에서 수경재배시설, 동결건조기, 유압기 등 전문 장비를 갖추고 대마를 재배했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CCTV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이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대마 판매 광고를 이어가다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다크웹 수사팀을 복원해 추적이 어려운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판매 광고를 단서로 마약 제조 사범을 전원 구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인터넷 마약 거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다크웹 수사팀을 결성했으나 2021년 1월 검찰의 마약 수사를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해체됐다. 이후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마약 수사가 가능해진 검찰은 같은 해 12월 서울중앙·인천·부산지검에 다크웹 수사팀을 설치했다.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계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마약 거래를 해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 씨와 공모해 국내에 마약을 운반한 유통책 B 씨 등 20대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B 씨 등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박 씨를 만나 마약 판매를 공모하고 지난 1월 엑스터시 100g, 필로폰 10g 등 600만 원 상당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교도소 수감 중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 판매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씨는 현재 필리핀에서 한인 3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6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은 2021년 1월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류 판매 점조직을 적발하면서 국내 총책인 ‘바티칸 킹덤(텔레그램 아이디)’ 등 90명을 검거하고 박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 조치했다.

마약 제조시설이 버젓이 주택 밀집 지역까지 파고든 데다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이용한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검찰 내에도 마약 수사를 지휘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서 강력부를 분리해 마약·조직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마약·강력부’를 신설할 것을 지시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창원=박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