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잘못 찾아 초인종 눌렀다고 총격…80대 백인남자, 10대 흑인 소년 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초인종을 잘못 누른 10대 흑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한 주민의 주택 앞을 경찰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머리와 팔 크게 다쳐
스스로 이웃 찾아가 구조요청
인종 문제로 비화…주민 수백명 가해자 집 앞에서 시위




미국 미주리주에서 한 10대 소년이 방문할 집을 잘못 찾아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에게 총을 맞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10시가 안된 시간 캔자스시티의 한 주택에서 총격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 앞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흑인 소년을 발견했다. 랠프 얄(16)이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집주인이 쏜 총 2발에 맞아 머리와 팔을 다쳤다.

경찰은 얄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17일 퇴원해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형제를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으로 이 동네를 찾았다가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총격에 쓰러진 랠프 얄이 사건을 겪기 전의 모습. 랠프 얄 가족 제공 AP 연합뉴스

경찰은 이 소년에게 총을 쏜 집주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CNN 등 미국 언론은 80대의 백인 남성이며 자신의 아내와 함께 이 집에 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건 직후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자정 직전 구금되었으나 두 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1시 24분에 풀려났다고 전했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한 이웃을 인용해 총격 직후 랄프가 피를 흘리며 이웃집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방치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랠프 얄이 총격을 당한 집의 입구. AP 연합뉴스

약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소년이 "백인 남성 가해자"의 총에 맞았다며 "카운티 검사와 법 집행기관의 신속한 조사와 체포, 기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총격이 인종과 관련한 동기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우리가 지닌 정보로는 인종적인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에 인종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지역 주민 수백명은 사건이 발생한 집 앞에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자주 쓰이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쳤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