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천 건축왕 사업에 ‘유력 정치인 연루’ 내사

부정청탁·이권특혜의혹 정황
강원도, 동해 개발 감사 착수

인천 미추홀구에서 2700억 원대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을 벌인 ‘건축왕’ 남모(61) 씨가 2018년 강원 동해시 망상1지구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 도움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찰은 2013년부터 최문순 당시 강원지사가 중점 정책으로 추진한 이 사업의 이권을 따내기 위한 광범위한 부정 청탁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혜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21일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고위 정치인들의 (남 씨의 개발사업을 위한) 청탁 여부에 대한 경찰의 특별 수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정식 수사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남 씨에 대한 전세 사기 수사를 벌이고 있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해당 의혹을 일차적으로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인천 지역 더불어민주당 중진 정치인 등 연루 인사가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만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가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인천을 중심으로 개발업을 하던 남 씨는 2017년 동해시 일대 땅 178만㎡(약 54만 평)를 143억 원에 낙찰받은 뒤 이듬해 사업비 6674억 원 규모의 망상1지구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최 전 지사는 2013년부터 망상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국제 관광도시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날 도감사위원회에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를 지시했다. 이와 별개로 남 씨는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체 규모를 부풀린 혐의(사문서 위조)로 불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규태·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