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3주새 29명 ‘깜깜이 전파’… 확인된 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Who, What, Why]

  • 문화일보
  • 입력 2023-04-26 09:04
  • 업데이트 2023-04-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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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김유종 기자



■ What - 확산속도 빨라지는 엠폭스

작년 6월 첫 발생뒤 34명 확진
잠복기에 접촉한 감염이 대다수

위기경보 ‘관심→주의’로 올려
치유에 2~4주… 치명률 1.3%

자발적 신고에 의존 ‘방역 한계’
낙인효과 우려…기초정보 미공개

“고위험군 성별·나이 등 제공해
경각심 환기·타집단 확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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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사회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달 26일까지 34명이 확진됐는데 지난 7일 6번 환자 이후 해외여행력 없이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환자만 29명이다. 발생 지역도 서울, 경기, 경남·북, 대구, 전남, 충북 등 전국 각지로 넓어지고 있다. 환자들 간의 연결 고리도 확인되지 않아 방역망에 걸리지 않은 ‘숨은 감염자’와 잠복기 노출자가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역 당국은 13일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엠폭스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엠폭스가 지역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토착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행 기간은 짧으면 3개월, 길게는 반년 이상으로 예측됐다. 확진자 추이를 고려하면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나이와 성별 등 기초적인 역학 정보를 공개해 고위험군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깜깜이 전파가 유행 규모 키워…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 = 인수공통감염병인 엠폭스는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이었는데 지난해 5월부터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에 퍼졌다. 같은 해 6월 22일엔 국내에서도 첫 해외 유입 환자가 나왔다.

미국과 유럽 내 유행은 잦아들었지만 올 들어 일본·대만·한국·태국 등 아시아에서 유행이 시작됐다. 국내에선 10개월 동안 엠폭스 환자가 신고되지 않았지만 지난 7일 이후 매일 1∼3명씩 나오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이 갑자기 늘어난 원인으로는 엠폭스 특유의 전파 경로가 꼽힌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엠폭스 국내 유입이 쉽게 걸러지지 않았던 것으로도 분석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장 3주인 잠복기 중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검역 단계에서 포착하기 힘들고 자발적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점도 많다”며 “지표 환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역사회에서 여러 명과 밀접 접촉하면서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엠폭스는 주로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으로 감염되는 만큼 은밀하게 퍼지는 경향이 강하다.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과 비슷해 감기로 오판할 가능성도 크다. 환자가 민감한 신체 부위에 생긴 피부 병변(발진이나 수포)을 감추면 의료진이 발병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만큼 조기 발견과 역학조사도 어렵고 차단도 힘들다는 의미다.

당분간 엠폭스 환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역사회에 폭넓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국내 첫 지역 감염자가 확인된 후 의심 환자 신고도 증가하고 있다. 신고나 문의 건수는 이달 첫째 주 4건에서 셋째 주 102건으로, 검사 건수는 같은 기간 1건에서 43건으로 급증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엠폭스 특성상 방역망에 포착되지 않은 환자가 많아 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감염원이 특정되지 않아 환자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6번 환자의 경우 36명과 접촉했는데 감염원을 익명으로 만났다. 7번부터 30번 환자의 접촉자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산술적으로도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다수도 익명으로 여러 사람과 밀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 교수는 “엠폭스는 지역사회에서 토착화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엠폭스 환자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이와 성별 등 기초정보 공개하고 경각심 높여야 = 조만간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엠폭스 환자는 대부분 2∼4주 정도면 치유된다. 치명률도 1.3%다. 하지만 면역저하자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 등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로선 고위험군은 20∼40대 남성이다. 50대 이상은 엠폭스와 교차 면역이 되는 천연두 백신을 맞은 세대라서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 우려되는 대목은 동성애자 등 특정 계층에서 일반인으로 환자군이 넓혀지는 것이다.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나 임신부 등도 엠폭스에 걸리면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해외에선 지역사회에 확산된 이후 여성·임신부·소아 환자 비율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나이와 성별 등 기초 역학정보를 공개하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조기 진단을 강화해 확진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와 유사집단에 있는 고위험군이 조심할 수 있도록 나이와 성별 등 기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방역 당국의 ‘비밀주의’로는 엠폭스 확산을 통제할 수 없고, 오히려 일반인 환자가 나올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은 감염병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 예방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확진자의 성별과 나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엄 교수도 “방역 당국이 현재 상황과 방역 정보를 명확하게 공유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에겐 공포심만 심어주고 고위험군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해 감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고위험군과 일반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는 환자들을 위한 ‘익명진단체제’도 제안됐다. 백 교수는 “낙인을 두려워하는 고위험군이 익명으로 검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역학 정보를 공개해서 고위험군이 경각심을 가져야 환자가 급증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엠폭스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해뒀다.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는 504명분(1008병)이 도입돼 17개 시도 치료병원에 배부됐다. 백신은 3세대 두창 백신(지네오스·JYNNEOS)을 5000명분(1만 도스) 들여왔다. 현재 하루 최대 200건 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시약은 4400명분을 보유 중이다. 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은 고위험군이 엠폭스에 노출되기 전에 예방접종을 실시해 감염 차단에 성공했다”며 “고위험군에게 위험 요인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등 ‘행동 변화’가 있어야 유행 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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