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1년 때 모든 수단 동원해 모스크바 폭격 준비했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진영을 향해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WP “러의 핵무기 보복 우려…美가 말려” 기밀 보도
우크라, 해외 바그너 용병부대 및 러 군 공격 계획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측이 개전 1년을 기해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에 대한 대대적 반격 공습을 준비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본토를 공격 당한 러시아 측이 핵무기 등을 동원한 보복에 나설 우려가 있어 미국 측이 이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잭 테세이라가 인터넷에 유출한 미 국가안보국(NSA) 기밀 문건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 키릴로 부다노프 국장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꼭 1년째 되는 지난 2월 24일 HUR이 보유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모스크바를 폭격할 수 있도록 부하들에게 준비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구체적인 공습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부다노프 국장의 지시를 받은 요원들은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에 대한 해상 공격에 대해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 같은 방안은 우크라이나가 적진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계획을 비밀리에 모니터링했고, 백악관은 이 작전이 러시아의 공격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작전 실행 이틀 전인 지난 2월 22일 미 중앙정보국(CIA)는 “HUR이 폭격을 연기해 달라는 백악관의 요청에 동의했다”는 기밀 문서를 배포했다. 다만 WP는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서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에 누가 요청을 주고 받았고 우크라이나가 왜 미국의 요청을 수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미국 측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포함될 수 있고, 이런 작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술핵 무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간주했다. 또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빌미가 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다만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작전을 미국이 제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지적했다. CIA 문건은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에 대해 “같은 날짜에 모스크바를 공격하려는 자체 계획을 연기하는 데에 동의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전쟁 발발 1주년 즈음인 지난 2월28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일부 도시에 정체 불명의 드론이 나타나 일부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한편 이번 기밀 문건에는 HUR이 아프리카 말리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의 용병부대와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을 은밀하게 공격하는 계획도 세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WP는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