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재난’ 특별법 제정… 피해자 생계비 지원

LH 매입 · 우선매수권 부여
경매 낙찰가 전액 특례대출

정부가 전세사기도 ‘재난’으로 간주해 피해자들에게 이재민에 준하는 최대 402만 원(의료비 포함)의 생계비를 지원한다. 또 피해 지원을 위해 2년 한시로 특별법을 제정, 임차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거나 주택매수를 원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사들여 피해자에게 낮은 비용으로 임대한다.

정부는 27일 오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이날 국회에 입법해 공포 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특별법은 시행 기간이 2년으로, 통상 임대차계약 기간이 2년이란 점이 고려됐다. 특별법 적용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 주택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정부는 국토교통부 내 ‘전세사기 피해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심사하고 피해자를 선별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먼저 직접 경매 유예·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 경매 유예가 되면 살던 집을 매수하거나 임대로 거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경매에서 임차주택을 떠안는 방법으로 보증금을 일부라도 건져야 하는 피해자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다. 이때 정부는 저리로 낙찰 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소득 요건에 따라 디딤돌대출(연 1.85∼2.70%·최대 4억 원)이나 특례보금자리론(연 3.65∼3.95%·최대 5억 원)을 받을 수 있다. 매수를 원하지 않는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자연재해 시 적용되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적용해 월 62만 원 생계비와 300만 원 이내 의료비, 월 40만 원의 주거비(대도시·1인 가구 기준)가 지원된다. 연 3% 금리의 신용대출을 최대 1200만 원 한도 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한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