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비상에 적자국채·감액 추경 등 가능성… “재정준칙 국회통과 시급”

■ 올 재정적자 전망치 90% 돌파

소득세 7조1000억 급감하고
법인세 6.8조·부가세 5.6조 ↓
수출부진에 기업 실적 악화로
올해 법인세 결손 기정사실화
내수 불황에 부가세 날로 감소
“국가신인도 하락에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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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만에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4조 원까지 불어나면서 재정준칙 마련 등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들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세수 부족분을 채우거나, 감액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출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2023년 5월호)에 따르면,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이 1년 전보다 줄줄이 감소하면서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더욱 나빠졌다. 소득세는 7조1000억 원, 법인세는 6조8000억 원, 부가가치세는 5조6000억 원 줄었다. 특히 수출부진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한 여파로 올해 법인세는 결손이 기정사실화됐다. 정부는 올해 세수 규모를 400조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 중 법인세가 26.2%(105조 원)를 차지한다. 하지만 1분기까지 걷힌 법인세는 24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 정책 등으로 교통세마저도 6000억 원 줄었다. 정부는 고물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휘발유, 경유 등을 대상으로 유류세를 깎아주고 있다.

이로써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54조 원)는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추산했던 적자 규모(58조2000억 원)의 90%를 벌써 돌파했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에 육박할 만큼 나라살림이 어렵다는 의미다. 54조 원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재정수지 적자(-117조 원)의 절반에 이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외에도 자산시장이 침체한 탓에 소득세 등이 확연히 줄었고, 내수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 부가가치세도 점점 덜 걷힐 것”이라며 “정부가 세수를 확보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만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래 지출하기로 했던 재정규모를 크게 삭감하는 감액 추경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보다 7조4000억 원 감소한 1053조6000억 원이었다. 국고채 만기상환 등에 따라 국고채 상환액(24조8000억 원)이 발행액(17조8000억 원)을 초과해 2월 말보다 감소했다. 월간 재정동향의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채무만을 의미하며 지방정부 채무는 연 1회 산출해 발표한다. 지난달 국고채 발행 규모는 17조9000억 원(경쟁입찰 기준 15조3000억 원)이었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주요국 통화 긴축 사이클 종료 기대감 등을 반영해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향후 나라살림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는 대규모 세수 결손 우려가 예고되면서 하반기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는 경기 흐름이 되살아날 수 있지만, 미·중 갈등으로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수 확보에 따른 재정 건전성 확보는 어렵다”면서 “나라살림을 규율하는 재정준칙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져 위기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