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 물러나지만… 전기료 인상 설득할 ‘고통분담’ 안보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12일 적자난 해소를 위해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자구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한전이 추가 매각 대상으로 선정한 수도권 대표자산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전 남서울본부 사옥. 문호남 기자

■ 정승일 한전 사장 사의 표명

2급이상·3급 임직원만 1회성 임금 반납
전직원 동결은 노조 반발땐 힘들 듯
남서울본부·한전아트센터 매각 추진
5조6000억원 절감 추가계획 내놔

가스공사도 1조4000억 추가 대책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12일 부동산 추가 매각·임직원 임금 동결·인력 재배치 등을 중심으로 한 추가 자구 노력 대책을 내놨지만 정치권 등에선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한 임금 인상분 반납 수준으로는 고통 분담을 위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정승일 한전 사장이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에너지 공기업 CEO의 교체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이 이날 오전 개최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에서 공개한 추가 자구노력 대책은 △재정건전화계획 가속화 △자산매각 및 임대 △조직·인력 효율화 △임금 반납 등을 통한 5조6000억 원 규모의 재무개선 등으로 요약된다. 한전은 기존에 발표한 20조1000억 원에 한전 3조9000억 원, 전력그룹사 1조7000억 원을 추가해 2026년까지 총 25조7000억 원의 재무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력설비 건설 시기와 규모를 이연·조정해 1조3000억 원을 확보하고 경상경비를 1조2000억 원 절감하는 한편 석탄발전상한제 탄력적 운영과 시설부담금 단가 조정을 통해 전력구입비를 2조8000억 원 줄여나갈 방침이다.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에 따라 서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를 팔고, 제안공모 등을 통해 매각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3개 층, 서인천지사 등 10개 사옥은 임대를 추진하고 추가 임대자산도 발굴한다.

조직·인력효율화를 위해 1600여 명의 필수증가 소요인력은 디지털화·사업소 재편 등에, 기존인력 210명은 신규 원전 수주 등의 분야에 재배치한다. 임직원 임금도 동결한다. 2급 이상은 올해 임금 인상분 1.7%를, 3급은 인상분의 50%를 반납하고 노사 합의를 통해 전 직원 임금 반납도 추진한다. 성과급의 경우 경영평가가 확정되는 6월 1급 이상은 전액, 2급은 50%를 반납기로 했다. 반납분은 취약계층 지원에 쓸 예정이다.

1조4000억 원을 추가한 가스공사의 15조4000억 원 경영 혁신안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2급 이상은 임금 인상분 1.7%를 모두 반납하고 성과급의 경우 1급은 전액, 2급은 50%를 반납한다.

노사합의를 전제로 전 직원 임금 반납 동참도 유도한다. 공급관리소 16곳 무인화와 인력 재배치, 농구단 운영비 20% 절감 방안도 내놨다.

이들 공기업은 고강도 자구책이라고 강변하지만, 정치권 등에선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이 된 임금 부분의 경우 3급은 인상분의 절반만 반납기로 한 데 그쳤고, 전 직원 임금 동결도 노사합의를 전제로 한 만큼 노조 반발이 거셀 경우 실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전 직원의 성과급 포함 평균 보수액은 1인당 8400만 원 수준이고 상임임원의 경우 1억8000만 원에 달했다.

이날 정 사장이 결국 물러나면서 지난 정권에서 임명됐던 공기업 CEO들의 줄사퇴가 예상된다. 에너지 공기업 CEO 12명 가운데 9명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됐다. 12곳 에너지 공기업에 재직 중인 전체 상임감사 41명 중 문 정부 당시 임명된 인사가 28명에 달한다.

정 사장은 사의 표명 직후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