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 몰카 91건 피고 무죄 논란…검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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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vs 檢·警 ‘압수수색’ 갈등

대법 “압수된 몰카영상 탐색 과정에
피의자 참여 안시켜 증거능력 없다”

탐색과정서 별도 혐의 나오자
“새로운 증거 땐 영장 재청구”

수사기관 “지나친 형식주의
‘수사 지연’ 꼼수 악용되기도”


대법원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상대로 91개의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촬영한 피고인에게 영상 탐색 과정에서 피고인의 불참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 법원의 지나친 형식주의적 결정으로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여죄가 나오기 쉬운 몰카 범죄 등에도 추가 영장 청구와 피의자의 영장 집행 참여 등의 엄격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주거 침입·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 씨가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하고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91개의 별건 몰카 영상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A 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영상들이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며 성폭력처벌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휴대전화 탐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 혐의 관련 촬영물을 우연히 발견했으면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가 2021년부터 최근까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 등을 통해 확보한 16건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비슷한 이유로 9건(56%)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버스 안에서 여고생 등 치마 속 등 23차례 몰래 촬영한 사건, 잠든 남성의 은밀한 부위 등을 30차례 찍은 사건 등에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일관되게 절차적 정당성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시 피고인의 참여권을 엄격하게 보장하는 기준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최근 변호인들이 포렌식 참관을 고의로 미뤄 수사를 지연시키는 경우들이 많다”며 “절차적 정의는 충분히 보장을 하되 피의자가 이를 악용해 처벌을 피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직 검찰 간부도 “대법원 판례 입장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범죄자를 사소한 절차적인 실수로 풀어주고 용서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와 이들이 적법한 절차 준수를 악용해 고의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처벌을 피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번거롭더라도 포렌식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새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신속하게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웅·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