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힘쎈 충남’… 국방 클러스터·서산공항, 갖고 싶으니 갖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15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을 비전으로 한 충남도정의 방향과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충남도청 제공

■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방미때 美기업 투자유치
60억달러 중 15억달러 충남 몫

삼성, 탕정캠퍼스 4조원 투자
2만6000명 고용창출효과 기대

영호남과 이익싸움서 이길 것
국립의대 신설에도 적극 목소리

홍성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김태흠 충남지사는 충청권에서 드문 ‘직진형 정치인’이다. 한번 결심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민선 8기 충남도정을 맡으면서 내 건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이란 슬로건에서도 김 지사 특유의 스타일이 물씬 풍겨 나온다. 충청이 더 이상 조연이 아닌 주역이 되겠다는 당찬 의지의 표현이다.

김 지사는 고(故) 김종필·이완구 전 총리, 김용환 전 장관 등 역대 충청을 대표하는 보수 정치인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성장해온 ‘충청 보수의 적자(嫡子)’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15일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힘쎈 충남’은 충남이 ‘아프면 아프다’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충청권 출신이기 때문에 아주 좋은 여건인데 적극적으로 활용해 충청의 50년, 100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동력을 찾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 지사의 미국 출장이 윤 대통령 국빈 방문 때 발표된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고 해서 화제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대통령 방미 직전인 4월 중순 미국 동부로 외자 유치 순방을 가서 반도체 소재기업 코닝사 사장과 15억 달러 정도의 투자 상담을 진행했다. 사장 얘기가 그다음 주 코닝사 회장이 윤 대통령과 만난다고 하더라. ‘나한테 말씀하지 마시고 윤 대통령 오셨을 때 확답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둔 이번 미국 기업 투자유치액 60억 달러 가운데 15억 달러가 충남 몫이다. 지금까지 충남의 기업 유치는 목이 조금 좋은 구멍가게에서 그냥 오는 손님만 받는 그런 형식이었다. 이제는 영업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 타 시도보다 나은 부분을 적극 활용해 우리 충남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내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도 이끌어 냈다. 기대 효과와 향후 발전 전략은.

“지난 4월 4일, 윤 대통령, 이재용 삼성 회장과 함께 아산 탕정 캠퍼스에서 총 4조1000억 원의 신규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번 투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충남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번 협약은 도내 협력업체·중소기업·대학 등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3조 원 규모의 설비·건설업 효과와 함께 2만6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은 총 60조 원 규모의 첨단산업 분야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56조1000억 원이 이차전지·반도체 후공정 패키지 등에 투자된다. 또 이 회장에게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천안 성환 종축장 부지 전체를 그룹 차원에서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육사 이전과 서산공항 건설은 어떻게 되고 있나.

“국방클러스터 조성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협의를 통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산하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를 논산에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민간 방산기업들을 끌어모으는 국방 핵심기관을 유치한 것이다. 연구센터는 39만여㎡(12만 평) 규모에 3000억 원을 투입해 신설되며, 오는 2030년까지 이전할 계획이다. 함께 논의한 4개 국방기관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같이 이전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육사 이전 문제는 성우회와 동문회 등 관련 단체의 반발로 단기적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서산공항은 반드시 추진한다. 530억 원 정도의 소규모 사업인데, 사실 처음(민선 7기 당시)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신청한 이런 부분들이 전략적 미스다. 사업비를 낮춰서 예타 없이 가든가 해야 했다. 성일종 의원, 국토교통부와 함께 이를 500억 원 이하로 내려 즉시 추진하고자 한다.”

―탄소중립경제특별도 선포 이후 특별법 제정에 집중하고 있는데.

“탄소중립 이행, 탈석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대책 없는 폐지’부터 추진한 것이 문제다. 지역경제 위축과 일자리 문제부터 논의되고, 대책이 마련된 후 석탄화력발전 폐지가 이뤄졌어야 한다. 전국 석탄화전 58기 중 29기가 충남에 있다. 40년 넘는 긴 세월 충남도민이 받아온 특별한 피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강원 정선군 폐광지역 지원처럼 지역경제 회복에 국가가 지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된 적이 있다. 독일도 석탄화전 폐지지역에 오는 2050년까지 53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첨단기업 유치와 연구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남 역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최소 10조 원 수준의 국가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

―최근 도정 현안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것으로 아는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과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지역 발전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면제를 건의했다. 특히 충청권 메가시티의 핵심 교통인프라로 ‘한국형 아우토반’으로 불리는 충청권 순환서해고속도로와 충청내륙철도를 강력히 요구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공모 없이 천안에 설립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지역 공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충남 국립의대 신설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그동안 충청은 역대 정권에서 영호남에 비해 정치적인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는 평가인데 윤 정부에서는 어떤가.

“충청도가 좋게 얘기를 하면, 양반 기질 또 염치와 체면을 존중하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영호남에 비해 중앙정치권이나 지역 이익에서 항상 밀리고, 소외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힘쎈 충남’을 표방한 것도 이제는 충남이 ‘아프면 아프다’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처럼 정확한 입장을 밝히고, 지역 이익을 추구하고,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타 시도와의 샅바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충청권 출신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좋은 여건이고 환경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주목될 텐데 친정인 국민의힘에 조언을 한다면.

“새로운 당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에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께 새롭게 변신하고 계획하는 과제들을 제시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소야대 구조가 계속되면 결국 대통령을 뽑아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못 만들어주는 것과 똑같다.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해 주셨으면 하는 게 큰 바람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7년 7월 대전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에서 당시 김태흠(오른쪽) 충남도 정무부지사가 이임식을 마치고 이완구 충남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충남도청 제공

뚝심·승부욕 갖춘 ‘외강내유 직진맨’ … 보령·서천서 내리 3선

■ 김 지사는 누구…

1987년 JP유세 도우며 정계입문
文정부 최저임금법 유일 반대표

1963년 충남 보령시 웅천면 바닷가에서 출생한 김태흠 충남지사는 건국대 재학 시절인 1987년 13대 대선 때 정치에 입문했다.

공주고 35년 선배인 고(故) 김종필(JP) 국무총리가 1987년 대선에서 ‘1노 3김 대결’을 벌일 때 대학생 조직 ‘새시대 구국청년단’을 만들어 전국의 유세현장을 돌았다. 이후 김용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본격적으로 몸을 담았고, 민선 4기 이완구 충남지사 시절 충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뒤 힘든 원외 생활을 거쳐 고향 보령·서천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는 뚝심과 신의의 정치인으로 불린다.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란 평가와 함께 승부사적 기질과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의원으로 최저임금법안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고, 당내 좌파독재저지위원장을 맡는 등 강한 결기의 소유자지만, 가까이 접해 보면 의외로 소탈한 인간미로 ‘외강내유’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도 많다.

12년간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양승조 전임 지사가 맡았던 충남도정이 김태흠 지사의 ‘힘쎈 충남 리더십’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사다. 전임 지사 2명 모두 임기 중 대선에 출마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당시 과도한 중앙정치권 행보, 소극적인 지역 현안 대응, 이미지 메이킹 치중, 잦은 외부 특강 등 도정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충남이 ‘아프면 아프다’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는 정확한 입장을 밝히고, 지역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김 지사가 얼마나 전임자와 차별화된 도정 성과를 일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