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 걷자는 시민단체…징용해법 훼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광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생존자 3인 판결금 지급위해
23일쯤 대국민모금 공식발표

피해자에 배상수용 철회 요청도
“정부해법 찬물 끼얹는 것” 비판



강제징용 관련 시민단체가 3자 대위변제 해법을 내놓은 정부의 피해자 설득 노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국민 모금을 진행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 단체는 오는 23일쯤 모금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모금액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생존 피해자 중 1인이 정부 해법 수용 의사를 나타내자 이 단체는 지원금 수용 의사 철회를 요청하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1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씨와 양금덕 씨, 김성주 씨 3인에 대한 판결금 지급을 위해 대국민 모금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일시는 지난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재판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23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모금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국민 모금이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 소식통은 “생존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판결금을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가 지급하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시민단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 해법에 대한 무력화를 통해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미해결의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피고 기업이 피해자 배상에 참여하도록 한·일 간 다양한 소통이 이어지는 와중에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모금이 이뤄지는 것은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단체는 지난 11일에 정부 해법 수용 의사를 밝혔던 생존 피해자 앞으로 편지를 보내 “이 싸움을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면서 정부 해법을 수용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역설득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피해자들이 정부의 취지를 이해하고 해법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정부 해법 수용에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는 피해자 5인 측과도 꾸준히 접촉을 시도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