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출신과 신흥재벌… 푸틴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다[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9 09:16
  • 업데이트 2023-05-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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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의 사람들

캐서린 벨턴 지음│박중서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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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 시대 지구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지만 내부 지지율은 80%에 육박한다. 푸틴의 권력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푸틴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파헤친다. 저자는 6년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재직하며 푸틴 정권을 밀접하게 취재해왔다. 그는 푸틴 최측근, 반푸틴 인사, 사업가 등 수많은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푸틴이 정치판에 본격 입성하기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푸틴의 철권통치 배경으로 두 핵심세력인 ‘실로비키’와 ‘올리가르히’를 주목한다. ‘실로비키’는 KGB, 군대, 경찰 조직 출신자들로 이뤄진 푸틴의 이너서클이고 ‘올리가르히’는 막대한 자산을 소유한 신흥 재벌이다. 실로비키가 무력 보유자들로서 푸틴 세력의 최상위 서열로 묘사된다. 책은 푸틴 세력이 민간 기업을 무너뜨리며 검은돈을 확보한 과정, 폭력 조직과 결탁해 정적을 탄압한 모습, 의문사한 반푸틴 인사 등을 담아낸다. 체첸 테러리스트들로 364명이 사망한 베슬란초등학교 인질 사건에 푸틴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푸틴이 이 사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도 파헤친다.

이들을 통해 책은 푸틴의 힘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를테면 2008년 여름 푸틴이 신흥재벌 세르게이 푸가체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친구 로텐베르크를 돕기 위해 5억 달러 자금 지원을 요청한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푸틴은 “이건 그저 대출일 뿐이다. 6개월 안에 상환될 것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푸틴에게 환멸을 느껴 러시아에서 도망친 최측근들도 등장한다. 그중 한 사람인 푸가체프는 한때 ‘푸틴의 금고지기’라고 불렸을 정도로 푸틴 세력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뿐이 아니라 푸틴의 이너서클에 있는 이들도 푸틴을 권좌에 앉히기 위해 온갖 험한 일을 하며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푸틴의 권력 강화와 정적 제거에 누구보다 앞섰던 자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책 앞쪽에 반복해 나오는 등장 인물들을 따로 정리해 소개, 책 읽기를 돕는다. 880쪽, 4만8000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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