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축산물로 ‘먹거리 복지’ … 취약층 건강·농가 소득 다 챙겨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을 높이고, 국산 농산물의 소비기반 구축을 위해 4년째 시범운영 중인 ‘농식품바우처’ 사업이 본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한 지역 하나로마트 매대에 농식품바우처 대상 품목에 대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호평

농식품부·aT, 2020년 첫 시행
대상 지역 18개 시군구로 늘어

전자카드 형태… 월 4만원 충전
꾸러미 배송·방문 판매도 병행
“본사업 전환·전국 확대” 목소리

저소득 취약계층에 우리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농식품바우처 사업’이 시범 사업을 진행한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농식품바우처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채소, 과일, 육류 등 국산 농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급되는 전자카드 형태의 바우처(사진)다. 2020년 4개 시·군·구(1만5000가구)에서 시범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올해 18개 시·군·구, 총 6만5000가구까지 확대될 예정으로, 정식 예산사업으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소득층에 양질의 우리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이를 통해 ‘영양 불평등’을 해소해 최소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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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을 전남 강진군·장성군·해남군, 경남 거제시·밀양시, 전북 고창군·김제시, 충북 충주시·괴산군, 충남 당진시·청양군, 대구 달성군, 부산 진구, 경북 예천군·청도군, 인천 옹진군, 강원 평창군·화천군 등 총 18개 시·군·구에서 실시하고 있다.

저소득 취약계층(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기초생활수급자)이 농축산물(채소·과일·육류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매월 4만 원(1인 가구 기준)이 충전된 카드를 지급(11월 30일까지 사용)했다. 카드를 받은 이들은 지정된 판매처(전국 농협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GS25 편의점, 온라인 농협몰, 온라인 남도장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에 대해선 꾸러미 배송, 방문판매 등도 병행한다. ‘낙인효과’를 해소하기 위해 카드에 농협은행 현금카드 디자인을 도입하기도 해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시범 사업 4년 차에 접어들며 수혜자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복지 전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다”며 “더 많은 판매처에서 양질의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난하다는 낙인 효과를 지울 수 있는 방법 등도 이번 사업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2025년부터 이 사업을 정식 예산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의 우리 농산물 구매력을 높이는 동시에, 필수영양소 섭취량을 함께 높이는 사업이란 점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 중에서도 매우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득 수준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소득 수준별 영양섭취 부족자 비중을 볼 때, 중위소득 30% 이하 수급자는 21.1%로, 중위소득 50% 초과자 12.4%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의 식품비 지출액(2020년 기준)은 전체 다른 가구의 67∼72% 수준에 불과하다. 신선 농축산물보다는 값싼 인스턴트 가공식품 등의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도 저소득층을 위해 우리의 바우처 제도와 유사한 ‘보충적 영양 지원 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SNAP)’을 196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푸드 스탬프(Food Stamp)’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기준으로 582억 달러(약 69조2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총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130% 이하, 순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100% 이하며 자산·근로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식비 기준금액과 월 소득 30%(수익의 30%를 식비로 지출한다고 가정)의 차액을 지원한다. 이 덕분에 지원액의 30%만큼 농식품 소비가 늘어났고, 국내총생산(GDP)은 지원액의 150%만큼 증가하는 정책효과를 낳으면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이 같은 정책 효과를 위해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국정과제로 지정했고, 실제로 시범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저소득층 만족도뿐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농가에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군의 경우 지역 농협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매장을 중심으로 농식품바우처가 사용됐는데, 수혜자들이 농식품바우처 사용 시 지원품목 외 품목(타 식품·공산품 등)까지 함께 구매해 지역 농협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매장의 구매율 상승에도 기여했다. 시행 지역 인근 농가들도 이 제도 덕분에 농축산물 소비가 늘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역시 이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국회에서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주최로 농식품바우처 관련 토론회가 열렸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참석 의원들은 이 사업이 예산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표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도 올해 대정부 건의사항을 발표하면서 ‘농식품바우처 시범 사업을 본사업으로의 전환’ ‘대상 지역의 전국으로의 확대’를 포함시켰다.

“올 시범사업 선정돼 41억 예산 투입… 저소득 군민들 만족도 높아”

■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먹거리 평등권 보장하고
농가 판로확보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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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바우처 제도 시행 이후 지역 경제 취약가구들의 먹거리 평등권이 확실히 보장되고 있습니다.”

최재훈(사진) 대구 달성군수는 30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농식품바우처 제도와 관련해 “올해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역 저소득 1만700가구에 총 4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던 저소득 군민들이 사업 이후론 영양가 있는 우리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성군은 공모 선정 직후 지역 내 수혜자들이 지원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각종 매체를 통해 사업을 집중 홍보하기도 했다.

제도 시행 전엔 저소득층의 우리 농산물 구매는 매우 어려웠다. 최저생계비에는 식재료 구매 비용도 산정돼 현금급여 기준에 정해져 있지만, 현금급여 중 식재료 구매에 관한 비용은 균등하게 지급되지 않고 개인의 소득인정액에 따라 보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생계급여를 신선한 농축산물 구매에 선뜻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식품구매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큰 국내산 신선 농축산물(과일·육류·유제품 등)보다 비교적 보관이 쉽고 저렴한 즉석식품이나 가공식품을 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 군수는 “무엇보다 저소득 군민들이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우리 신선 농산물을 이 제도로 구매할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며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받아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군수는 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현물로 구매한 식재료로 건강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식생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또 지역생산 농축산물의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보장해 달성군 내 농가의 소득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 군수는 “농식품바우처 지원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식생활 개선을 통해 모든 군민의 먹거리 평등권이 보장되길 바란다”며 “지역생산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소비를 지원해 관내 농가의 지속가능 농업경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