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역사 英 ‘컨트리 웨어’… 도시의 패션을 흔들다[Premium Life]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1 08:59
  • 업데이트 2023-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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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버의 간판 제품인 보퍼트(Beaufort) 재킷. 1983년 사냥용 재킷으로 첫선을 보인 보퍼트 재킷은 주머니가 곳곳에 달려 있어 야외 활동에 좋다.



■ Premium Life - 5대째 장인정신 이어온 ‘바버’

1894년 ‘J 바버&선즈’ 출발
기름칠 방수 ‘오일스킨 코트’
선원들 사이서 큰 인기 끌어

내구성 우수… 2차대전 군납
‘모터사이클 재킷’ 인기 건재
1990년대 왁스 재킷 등 개발
매년 6만벌 ‘리왁싱’ 서비스

LF, 2021년부터 국내에 선봬
기존 강점 가진 재킷·코트 외
티셔츠 등 여름의류 제품 늘려


“‘서비스’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서비스란 고객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객에게 어떤 작은 불편함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의 제품을 거래해준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죠.”(1919년 바버 카탈로그 소개문 중)

128년 역사를 가진 영국 패션 브랜드 바버(Barbour)는 5대째 장인 정신을 이어오는 가족 경영 기업이다.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 자연과 벗하며 사는 사람들이 오래 입을 수 있는 ‘컨트리 라이프’에 적합한 옷을 제작하며 현재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바버의 창립자 존 바버(1849∼1918)는 20세 무렵 영국 북동부 지역에서 상인으로 일하던 중 1894년 사우스실즈 지역에 ‘J바버 & 선즈(J Barbour&Sons)’라는 작은 매장을 열었다. 매장에서는 영국의 거친 날씨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오일 스킨 코트’를 판매했는데, 이 옷은 선원이나 어부, 조선소 노동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오일 스킨은 면에 기름칠해 방수 기능을 입힌 것으로, 바버는 이를 ‘비콘(Beacon)’이라고 불렀다. 비콘은 영국 북동부를 흐르는 타인강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붉은색의 등대로, 선원들의 안전한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의미와 맞물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맨 위쪽부터 바버가 1908년 발행한 우편 카탈로그, 모터사이클 대회에서 바버 재킷을 입은 영국 선수들, 2차 세계대전 당시 바버 슈트를 입은 잠수함 선원들.



존 바버의 아들인 맬컴 바버는 오일 스킨 의류를 항구 지역을 넘어 농장 지역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1917년 당시로는 혁신적인 카탈로그를 통해 우편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 칠레, 남아프리카, 홍콩 등 다른 나라로 제품을 수출하게 된다. 우편 주문 카탈로그 사업은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성공적인 영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전장에서 방수 재킷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바버는 영국군에 오일 스킨 의류 납품을 시작,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중 바버는 내구성이 우수한 군용품까지 납품하게 되는데, 특히 모터사이클로 문서를 전달하던 병사들을 위해 납품한 ‘모터사이클 재킷’은 전쟁 후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모터사이클 재킷은 맬컴 바버의 아들이자 모터사이클 애호가였던 덩컨 바버가 출시한 제품으로 일명 ‘바버 슈트’라고도 불렸다. 방풍·방수 효과가 탁월했던 바버 슈트는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전쟁 후 급속도로 판매가 늘어나게 된다. 1936년 저명한 모터사이클 대회인 ‘인터내셔널 식스 데이 트라이얼’(ISDT)에서 영국 국가 대표들이 바버 슈트를 입으며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영국 선수들이 바버의 옷을 입고 대회에 출전하며 ‘국가대표 모터사이클 재킷’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했다. 이후 바버 슈트를 근간으로 하는 모터사이클 기반의 브랜드 ‘바버 인터내셔널’이 새롭게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버의 창립자 존 바버.



바버 인터내셔널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전설적인 할리우드 배우 스티브 매퀸의 역할도 컸다. 1964년 독일에서 열린 ISDT에 출전한 스티브 매퀸은 인터내셔널 재킷을 입었다. 이때부터 바버 인터내셔널 재킷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게 된다. 현재에도 바버에서는 스티브 매퀸 컬렉션이 출시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바버는 1974년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으로부터 첫 번째 ‘로열 워런트’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1982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1987년에는 찰스 왕세자로부터 로열 워런트를 또다시 획득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바버는 1990년대 이르러서 특유의 왁스 재킷과 퀼팅 아우터 외에도 통기성이 좋은 워터프루프 의류를 개발하며 제품군을 확장했다. 더욱 다양해진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바버는 국제 무대로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특히 바버의 왁스재킷은 매년 6만 벌 이상이 고객 요청으로 다시 왁스를 칠하는 등 수선을 받는다. 왁스를 다시 칠해가며 입는 바버의 리왁싱 서비스는 1921년 제작된 바버의 카탈로그에도 기록된 고유의 문화로 바버의 독자적인 품질의 근간으로 평가받는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시몬사이드에 있는 바버 공장에서 직원들이 옷을 만들고 있다.



현재 바버는 전통적인 컨트리 웨어에서 시작해 남성, 여성, 어린이들이 도심에서도 입기 좋은 옷을 함께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재킷과 코트는 물론, 팬츠, 셔츠, 니트웨어, 양말, 신발, 액세서리, 나아가 강아지를 위한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입을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국내에서 바버는 지난 2021년부터 생활문화기업 LF가 국내 시장에 전개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LF 전개 3년 차를 맞는 올해에는 기존 바버가 강점을 가진 재킷과 코트 외에도 칼라 티셔츠와 반팔, 그래픽 티셔츠 등 여름 의류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더욱 다채로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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