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 근처 사무실로 출근~[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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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 (3) SK

SK텔레콤 거점오피스 ‘스피어’

공간이 생각 만든다 철학 아래
광진구·일산·분당 등 4곳 오픈

신도림엔 개발·연구직군 많아
부서 달라도 아이디어 등 공유
업무 문화 혁신 ‘창의력 발전소’

지난 5월 25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SK텔레콤의 ‘스피어(Sphere)’. 100명 정도의 직원들이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21∼22층에 자리한 스피어는 지난 4월 문을 연 SK텔레콤의 거점오피스다. SK텔레콤은 직원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곳을 포함해 경기 일산과 분당, 서울 광진구 등 4곳에 거점오피스를 운영한다. 직원 누구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신청한 후 이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최민주 SK텔레콤 거점오피스운영팀 매니저는 “평균 이용률은 80% 정도”라면서 “주로 서울 목동, 영등포에 사는 직원들이나 지하철 1호선 라인에 접해 있는 경기 부천 등에서도 직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직군별로는 고도의 몰입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개발자나 연구·개발(R&D) 담당 직원들이 많이 찾는다. SK텔레콤 의 한 직원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는 직군들이 주로 찾는다”면서 “아무래도 평소 일하는 정형화된 공간보다 다른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피어가 SK텔레콤의 창의력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피어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돋울 수 있는 분위기로 조성돼 있었다. 사무실 곳곳에 빽빽하게 식물을 배치, 신선한 나무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 마치 숲속에서 일하는 느낌을 자아냈다. 360도로 사무실을 둘러싼 넓은 창이 조성돼 있어 멀리 북한산은 물론이고,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스피어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매달 ‘해피 스피어 데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최 매니저는 “크리스마스 리스나 친환경 무드등 만들기 등 ‘멜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SK그룹만의 고유 문화인 ‘캔미팅’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캔미팅은 SK 경영관리체계 SKMS의 인적 관리 분야인 동적요소(動的要素)의 대표 사례로, 단위 조직 구성원들이 담당하는 경영 과제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이다. SK 관계자는 “일상업무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창의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캔미팅에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말했다. 실제 스피어에 들어서면 회사를 상징하는 로고 ‘SK’를 찾아볼 수 없어 업무 공간을 벗어난 느낌을 줬다.

스피어는 처음부터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간으로 기획됐다. 공간이 생각을 만든다는 철학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피어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이 몰입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스피어 외에도 자발적이고창의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 멤버사들이 기업 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SK그룹이 강조하는 창의적 기업 문화의 핵심은 △상하관계 벽을 허무는 직급체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업무 자율성 △자발적 학습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요약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부터 수직적인 문화를 파괴하고 상하관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직급 체계를 ‘PM(Professional Manager)’으로 통일했다. SK텔레콤도 서로 호칭을 ‘이름+님’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구성원들의 선택권과 자율성도 높여왔다. 2018년부터 시행된 유연근무제를 확대 개편한 ‘선택적 근무제 2.0’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총 근로시간 범위 안에서 업무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이 운영하는 학습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별 교육을 스스로 디자인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이써니의 매력이다. 트렌드 반영도 즉각적이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은 별도 ‘AI·DT 리터러시(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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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하면 분사·실패하면 재입사… 부담없이 사내벤처 도전하세요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 프로그램… 5년간 22개팀 법인 독립

SK하이닉스는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구성원에게 사업화 기회를 부여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 2019년 시작됐다.

SK하이닉스의 ‘하이개라지(HiGarage)’는 구성원이 업무 중 경험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개선한 창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회사는 이를 지원해 사업화를 돕는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이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것에서 착안했다.

선정된 팀은 기존의 소속에서 분리돼 별도의 전담 조직으로 이동한다. 이후 벤처 창업 전문가들의 전문 컨설팅과 창업 교육을 받으며, 시장 조사, 특허 출원 준비 등 창업 준비 기간을 거친다. 창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창업 준비가 완료되면 회사의 승인을 받아 재직 중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 임대, 직원 고용 등 본격적인 창업 절차를 밟는다. 2년의 사업화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독립 분사할 수 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재입사를 보장함으로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9년 1기 출범을 시작으로 5년 차를 맞은 하이개라지는 이후 총 28개 팀이 선발돼 22개 팀이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하이개라지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 육성과 상생 협력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5기를 모집했으며 48건의 아이디어 중 최종 4팀을 선발했다. 선발된 하이개라지 5기 4팀은 올해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개라지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SK하이닉스의 탄탄한 인프라와 더불어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 165억 원, 투자 유치 150억 원, 투자 기준 기업가치 710억 원, 일자리 창출 효과 112명의 성과를 거뒀다.

하이개라지를 통해 배출된 기업들은 반도체 신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의 중장기 과제로 꼽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 자립을 달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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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