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노후·수도권 과밀 해결… ‘지방 활력’ 새모델 찾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5 12:06
  • 업데이트 2023-06-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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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경남 함양군 수동면 한 공장에서 50대 작업자가 유리섬유 소재 하수관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관련 기술이 있거나 배울 의지가 있는 베이비붐 세대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의사를 갖고 있다. 함양군청 제공



■ 지역소멸극복 현장을 가다 - (1) 함양군의 ‘인생 이모작 프로젝트’

주2~3일 가량 저강도 노동하며
월120만원~150만원씩 받아
연금까지 합치면 200만원 넘어
채용장려금·타운하우스 혜택도

프로젝트 설계자 마강래 교수
“수도권 집값·저출산 등 해결”
임대주택 자격 확대 등은 숙제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함양=박영수 기자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강래 교수

우리나라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가운데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은 비수도권 지역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지역 소멸 위기를 촉발한 수도권 일극화(一極化)는 인구 밀집도를 높여 집값 폭등, 주거 비용 증가에 따른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고 이는 또다시 복지 재원 마련 등을 둘러싼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소멸 대응 노력은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고르디우스 매듭(인구 감소·인구 고령화 문제)을 풀 수 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도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도전하는 지역 소멸 극복 현장을 찾았다.

“이 근처 지역 다 없어져도 우리 함양은 거뜬하게 살아 있을 겁니다.”

지난 2일 찾은 인구 4만 명 규모의 농촌 지역인 경남 함양군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린 서하초를 끝내 살려낸 함양군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함양군은 자녀의 서하초 입학을 조건으로 임대주택 제공, 부모 일자리 연계, 학생 해외연수 제공 등 파격 조건을 내걸어 인구 유입을 유도해 재학생 수를 2019년 10명에서 현재 33명으로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귀촌해 일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히어로’ =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 직전에 서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가 ‘인구감소지역’인 함양군에 귀촌해 ‘중소기업’에서 주 2∼3일 일하며 월 120만∼150만 원을 벌면서 생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인생 이모작 프로젝트(가칭)는 우리 사회가 가진 온갖 난제를 한 방에 풀 해법을 현실에 적용해본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귀촌하면 수도권 인구 과밀이 완화되는 동시에 지방 또한 생존할 수 있다는 ‘인구 분산’에서 출발한다. 프로젝트 설계자인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5일 “수도권 인구 밀집도가 낮아지면 집값 폭등, 출산율 저하, 지역 소멸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자연히 해소된다”며 “산업구조가 변화해 청년들은 첨단산업이 집적된 수도권에 더욱 몰려드는 반면 일부 베이비붐 세대는 귀촌을 원한다니 신명 나게 추임새를 넣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소의 2022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50대 도시민의 46.3%, 60대의 56.1%가 ‘은퇴 후 또는 여건이 될 때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있다’고 답했다. 함양군은 “베이비붐 세대의 발길을 재촉하기 위해 커뮤니티·문화시설 지원은 물론 채용장려금, 중앙정부의 지원 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사회적 임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의료기관 등 도시 인프라가 구축된 함양읍 내 3∼4곳을 타운하우스 건립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함양군, 지역소멸 극복 의지 강해 =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이 아닌 베이비붐 세대 유치에 초점이 맞춰졌고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들과 차별화된다. 마 교수는 함양군이 프로젝트를 이끌게 된 배경에 대해 “‘서하초 성공모델’을 구축한 지역소멸 극복 의지가 아주 강한 지자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중소기업이 제공한 일자리는 장수가 ‘리스크’가 된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탄탄한 노후 안전망이 돼 줄 것으로 분석된다. 마 교수는 “은퇴 후 부부 기준 한 달 생활비로 250만 원 정도가 드는데 국민연금, 기초연금, 금융소득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돈이 평균 50만∼100만 원 수준”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저강도 노동을 하며 얻는 추가 소득만으로도 생활을 영위하는 데 충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손이 부족했던 중소기업도 반색하고 있다. 함양군에서 유리 섬유관을 생산하는 LEAPS(립스)의 홍순명 대표는 “회사가 성장해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지역에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술을 갖고 있거나 배울 의지가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프로젝트 전국 확산을 염두에 두고 모델을 더욱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함양군, 중소기업 간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인생 이모작 플랫폼’ 구축 작업도 곧 시작한다. 매입임대주택 입주 대상에 유주택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제도 개선과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은 남은 과제다. 일각에선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65세 이상이거나 곧 고령인구가 돼 지역에 활력을 주거나 중소기업의 일손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양군이 베이비붐 세대가 원하는 적정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마 교수는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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