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번엔 선관위의 감사 수용 필요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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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의 갈등이 일파만파다.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문제가 더욱 확대되면서 비리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유독 감사원의 감사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법적 관점에서는 선관위 주장도 일리는 있다. 선관위 도입 배경이 선거 당사자인 대통령이 지배하는 정부가 선거 관리를 담당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고, 현행법상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므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선관위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리가 계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덮을 수는 없다. 이는 선관위가 아니라, 대통령이나 사법부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선관위의 위상을 지키면서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느냐에 있다.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나 국민권익위의 조사는 수용하겠다지만, 국민이 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인다. 선관위 문제의 뿌리가, 문재인 정부 당시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조해주 상임위원의 무리한 임명 등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있고, 이후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그로 인해 선관위가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전현희 위원장이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해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에 있다. 그런데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코드 인사가 계속되면서 내부적 자정 능력이 상실됐다. 그 결과 외부적 통제가 미흡한 상황에서 내부적 견제와 균형마저 무너지니 쉽게 타락하게 됐다.

그렇다고 지금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허용하면 당면한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론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앞으로 계속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게 된다면, 대통령이 선관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7년 국회 개헌특위 논의에서도, 2018년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서도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이 아닌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바꾸는 안이 제시된 바 있다. 그랬다면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 아래서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법률 개정으로 선관위원을 포함한 선관위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는 가능하다. 예컨대, 헌법재판관과 유사하게 당적 보유 및 선거 참여 등이 있은 지 3년이나 5년이 지나야 선관위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의미에서 이번에만 예외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 선관위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무시할 경우 공수처처럼 폐지 주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이를 수용함으로써 국민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거듭난다는 태도를 보이는 게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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