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다음 날 몰래 출근한 용산구청장…이태원 유족 항의에 아수라장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8 11:14
  • 업데이트 2023-06-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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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구청장실로 향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구청장실에 사퇴촉구문 붙인 유족…“박희영이 공황장애면 유가족은 시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아오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석방 이튿날인 8일 곧바로 출근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출근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일찌감치 청사에 나와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는 유족들 때문에 구청이 잠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용산구청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오전 8시부터 박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청사 앞에 모였다. 취재진도 새벽부터 출근 시간대까지 자택 앞에서 대기했지만, 박 구청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용산구종합행정타운에 모여 박 구청장을 기다린 유족들은 이미 박 구청장이 출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오전 8시 18분에 9층 구청장실로 올라갔다. 유족들은 “사퇴하라”, “나오라” 등 고함을 지르며 구청장실의 문을 흔들었다. 이 때문에 잠시 구청장실 문이 열리기도 했지만, 내부에 문이 하나 더 있어 진입하지는 못했다. 유족 측은 내부 문에 ‘박희영 용산구청장 즉각 사퇴하라’라고 적힌 스티커와 사퇴 촉구문을 붙이고 발걸음을 돌렸다. 당시, 충돌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관 8명이 출동해 대기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후 행정타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 사퇴를 요구했다.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이런 무능한 자에게 23만 용산구민의 생명, 이태원을 방문하는 수십·수백 만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또 “박희영이 공황장애라면 유가족은 살아 숨 쉬는 시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으며 어제는 구치소를 나서는 길에 사과 한마디 없이 줄행랑을 쳤다”며 “공직자로서 자격도 능력도 없는 박 구청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전날 박 구청장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 주거지는 용산구 자택으로 제한되며 구청 출·퇴근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박 구청장은 정지됐던 직무권한을 다시 행사하게 됐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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