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무력 불가 못 참는다’ 누구 발언?”…홍콩 초중고 방학숙제로 ‘국가안보 학습자료’ 배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1일 학생들이 홍콩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DSE(Diploma of Secondary Education) 시험을 치르고 있다. AP 뉴시스

일부 교사도 모를 ‘덩샤오핑 대만 발언’ 등
정치·역사 등 관련 62개 Q&A 방식으로 구성
홍콩 교육부 “활용은 학교·교사 자율” 해명


홍콩 당국이 홍콩국가보안법 3주년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의 여름방학 과제로 ‘국가안보 학습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교육부가 이번 주 각급 학교에 홍콩국가보안법 3주년 교육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계획할 수 있는 활동을 안내하면서 ‘국가안보 교육 여름 자습교재’라는 학습자료를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교재는 홍콩과 중국의 정치 역사, 정책 발전, 문화적 유산 등에 걸친 62개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또 홍콩 교육부는 학생들이 이 교재를 2개월여의 여름방학 기간 학습하도록 교사가 지도하라고 지시했다.

SCMP는 해당 교재의 문항 중에는 1978년 미국 의회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 해결에서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참을 수 없다”고 말한 중국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 같은 문항에 대해 “일선 학교 교장들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부 교사조차 해당 문항의 답이 ‘덩샤오핑(鄧小平)’임을 모를 것”이라며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재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문항들이 담긴 과제는 학생들 부모의 몫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톈안먼 사태 34주기를 맞은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경찰들이 추모집회에 나선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AFP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학습자료 배포의 계기가 된 홍콩국가보안법은 지난 2020년 6월 30일 시행됐다. 해당 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자 중국 당국이 직접 제정해 시행한 법으로, 이후 홍콩에서는 민주 진영의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번 학습자료에 관한 논란에 홍콩 교육부 대변인은 국가 교육에서 지속적인 학습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학교와 교사에 자율권이 있다고 SCMP에 밝혔다. 그러나 홍콩 교육부는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2021년 2월 그와 관련해 학교 운영부터 학생들의 행동 지도에 이르기까지 학교 활동의 모든 면을 아우르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하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초중고는 어떻게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어떻게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매년 11월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