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이 뿌린 염산·살 타던 냄새… 2년이 지난 지금도 심장 떨려”[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얼굴에 테러당한 포항시청 과장
민원인은 6개월·153차례 ‘민폭’

“염산에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쭉 코로 들어오니까, ‘내가 고마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지난 2021년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과 머리에 화상을 입은 50대 공무원 A 씨는 13일 민폭(민원폭탄·민원폭력)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어렵게 입을 뗐다. 치료 후 기적적으로 업무에 복귀해 경북 포항 공무원으로 일하는 그는 지금도 “당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고 했다. 그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지금도 내 얼굴, 내 피부에 있는 화상 자국을 보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다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까 너무 두려웠다”고 했다.

사건은 그해 10월 29일 일어났다. 포항시청 대중교통과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버스 기사들의 파업 문제로 전날 밤을 꼬박 새웠다. 새벽에 극적 타결을 이루고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려던 오전 8시 30분쯤, 영업용 중고차 매매사업을 하는 B 씨가 돌연 생수병을 들고 들이닥쳤다. B 씨는 시의 택시 감차 정책으로 인해 자신의 개인택시 매매사업에 지장이 생기자 2021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총 153회에 걸쳐 시에 민폭을 던졌다.

급기야 B 씨는 “좀 먹고 삽시다”라고 외치며 양손으로 염산이 든 생수병을 들어 A 씨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농도가 33%나 되는 공업용 진한 염산에 그의 피부는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겪은 A 씨는 얼굴 여러 부위에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었고 눈두덩이에도 염산이 튀어 실명 위험도 있었다.

악성 민원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만4484건이던 악성 민원은 2021년 5만1883건으로 50.45%나 급증했다.

전수한·손기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