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 유행어에 빗대… MZ 공무원 “민원인, 칼 들고 협박” 푸념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5년차 이하 의원면직률 2배로
지자체 노조에 전담위 조직도

“누가 칼 들고 실제 협박하던데요~.”

요즘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공무원들은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이라는 유행어를 많이 쓴다. 공무원들이 민원 대응·박봉의 서러움을 토로할 때 ‘아무도 공무원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하지 않았다’는 빈정거림이 돌아오는데, 이에 대해 민폭(민원폭탄·민원폭력)에 시달리는 MZ 공무원들은 “민원인이 칼 들고 협박하더라”며 받아치곤 한다는 것이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공무원 현직 갤러리에서는 ‘악성 민원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높은 추천 수를 기록했다. 현행 ‘적극 행정 마일리지’ 제도 대신, 악성 민원인을 응대한 횟수만큼 인센티브를 달라는 이야기다. 공무원의 현실을 재치있게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 ‘충주시 유튜브’에서도 ‘악성 민원인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영상이 26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악성 민원이 이어지자 지방자치단체 노동조합에 전담위원회가 생기기도 했다. ‘부산중구악성민원 청년위원회’는 MZ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에게 폭행·모욕 등을 당한 사례를 수집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전태철 청년위원장은 “악성 민원에 청년 공무원들이 내몰리고 있다”면서 “청원경찰 배치 등의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무원의 ‘탈출 러시’는 늘고 있다. 옥재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용 5년 차 이하인 서울시 공무원의 의원면직률은 2019년 4.7%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8.6%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또 최근 10년간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2013년 ‘84대 1’에서 2022년 ‘22대 1’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악성 민원·박봉 등의 이유가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악성 민원을 참고 견디는 ‘역치’가 낮다.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 A(29) 씨는 “종일 악성 민원인과 싸우고 퇴근하는 길엔 ‘내가 이 돈 받자고 이러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든다. 업무 강도는 높고, 급여는 낮고, 하루라도 빨리 탈출해야 산다는 생각이 젊은 공무원들 사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