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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5년 전부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서 20대 후반인 아들의 빚을 갚아줬는데, 알고 보니 도박으로 빚진 것이더라고요. 처음에는 토토를 하다가 최근에는 코인으로 빚을 졌다고 하는데, 다 합치니 1억 원이 조금 넘습니다. 자꾸 부모가 빚을 해결해주면 도박을 끊기 어렵다고 해서, 이제 갚아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은 2000만 원 정도가 남았고, 아들에게 본인이 일해서 갚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부업체에서 빌린 것이다 보니 끊임없이 추심 연락이 오니 직장에 알려질까 봐 두렵고 힘든가 봐요. 갚아주고 정리를 해야 도박을 끊을 수 있다는데, 사실 제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거든요. 게다가 도박빚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니 부모로서 이게 할 일인가 싶습니다.
조건부로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치료 받아야 할 증상
▶▶ 솔루션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딱 하나만 꼽으라면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박으로 인한 빚이겠지요. 그 밖에 인간관계의 변화, 직장 문제 등도 모두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치료입니다. 빚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겠지만 온전히 겪어낼 때 회복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를 해결해준다면, 도박중독에 대해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는 다른 노력이 의미 없습니다.
자녀의 도박빚을 갚아 주어야 하는 까닭에 대해서, 자녀가 저지른 잘못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반대로 자녀의 도박문제를 계속되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빚을 갚아주지 않으면, 괴로우니까 죽겠다고요? 좀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봅시다. 만약, 어떤 조건을 달고 죽겠다 안 죽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돕는 것이 진짜 도움일까요. 예를 들어 “너 나랑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야”라고 한다면 부모가 그 연인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습니까. 수능을 못 봐서 죽고 싶다는 자녀가 있다면, 관련된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힘든 상황에 대해서 잘 들어주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하지, 수능을 잘 보도록 대신 공부해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돈이라는 것은 옮겨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실제로 대신해줄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쉬울 뿐입니다. 어떤 조건을 달고 죽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충동성을 동반한 우울 증상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이냐와 관계없이 심각한 자살 계획에 대해서는 입원치료를 권고합니다. 빚을 갚아달라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의지보다는, 주변 환경을 자기에게 맞추려는 태도입니다. 빚을 갚아주는 것은 미봉책이며 중독 이후의 충동성과 우울증에 대해서 치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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