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등에 업고 권력정점으로… 교활하고 잔악한 왕세자[북리뷰]

■ 빈 살만의 두 얼굴
브래들리 호프·저스틴 ？r 지음│박광호 옮김│오픈하우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앞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상기된 채 일렬로 앉아 있던 모습은, 빈 살만이 지닌 힘을 고스란히 드러낸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사우디의 실세로 추정 재산 2700조 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남자’라는 뜻의 ‘미스터 에브리싱’(Mr.Everything)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지만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다. 이런 그의 정체를 드러내 보이는 책이 나왔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자 두 명이 함께 쓴 ‘빈 살만의 두 얼굴’이다.

책은 빈 살만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빈 살만은 살만 국왕의 세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첫아들. 살만이 중년에 접어든 후 얻은 아들이어서인지 빈 살만은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복형제들에게 엄격했던 살만도 빈 살만 앞에선 물렁물렁해졌다.

빈 살만은 주로 유럽 등 해외에 나가 공부한 다른 왕자들과 다르게 20대 전 기간 동안 당시 리야드 주지사였던 아버지 옆에 머물렀다. 어느 날 국방장관을 맡게 된 살만은 그에게 군사 보좌관이라는 직책을 줬고, 이는 빈 살만이 갖게 될 새로운 권력의 기초가 됐다. 이윽고 2015년, 살만이 왕위에 오르며 빈 살만은 실세로 자리 잡는다. 아버지가 왕이 된 지 6일 안에 빈 살만은 새로 설치된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으로 지명됐는데, 국가의 모든 개발계획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권한을 받은 것이었다.

지난 2017년 ‘리츠칼튼 호텔 감금 사건’은 빈 살만이 권력의 전면에 나온 상징이었다. 그는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왕가와 정·재계 고위인사 수백 명을 체포해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석 달 넘게 구금하고 조사했다. 기존 기득권층을 날려버림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한 것으로, 그의 무자비함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빈 살만이 무자비하고도 잔악한 사람이라는 것은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통해 또 한 번 드러난다. 사우디의 반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터키에서 사우디 정보 요원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 사건들로 전 세계 여론은 그를 비난했지만 빈 살만은 여전히 강력하다. 어마어마한 오일 머니를 손에 든 채 세계의 주요 기업들을 쥐락펴락하는, 무소불위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1985년생인 그는 아직 마흔이 안 됐으며 국왕도 아니라는 것.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빈 살만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484쪽, 2만5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