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상자산≠돈’ 판단 재확인…“이자제한·대부업법 적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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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트코인으로 맺은 계약, 금전 아니다"
2심 재판부 "상법상 법정이율 초과도 아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같은 가상자산 대여업은 이자율 상한을 정한 대부업법이나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항소심 재판에서도 인정됐다. 가상자산은 해당 법률에서 규정한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7-2부(차문호 오영준 홍동기 부장판사)는 가상자산 핀테크 업체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가상자산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사가 A사에 비트코인 30개와 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비트코인을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 사는 2020년 10월 비트코인 30개를 6개월간 빌려주고 매월 이자를 받는 ‘가상자산 대여 계약’을 B 사와 맺었다. 그러나 변제 기한이 지났는데도 B 사가 빌려 간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자 A 사는 소송을 냈다.

B 사는 A 사가 이자제한법·대부업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최초 계약 시 이들이 합의한 이자는 월 5％ 수준으로, 연이율로 환산하면 60％에 달한다. 당시 법정 최고이율 연 24％를 훌쩍 넘는다. B 사는 이를 근거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이자는 원본(비트코인)을 변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 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자제한법·대부업법은 금전대차 및 금전의 대부에 관한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의 대상은 금전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B 사가 비트코인을 지급할 수 없으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돈을 A 사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통상 민사 소송에서 다툼의 대상이 외환이나 유가증권이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대상이 된 비트코인도 단순 ‘물건’이 아닌 유가증권과 유사한 성질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취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B사는 2심에서 해당 계약이 상법상 법정 이율인 연 6%를 초과했다는 주장도 제시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상법상 채무의 법정이율은 당사자 간 약정이율이 법령에 위반될 경우에 적용한다"며 "A·B사가 합의한 이자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 역시 B사가 비트코인을 갚을 수 없으면 변론 종결 시점 시가를 기존으로 환산한 돈을 A사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