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 문제 키워… 직원 권한 늘려줘야

■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블랙컨슈머’에 우는 기업들

전문가 “명확한 대응지침 필요”

블랙 컨슈머에 시달리는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업종별로 명확하고 통일된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악성 민원의 심각성이 커지는 만큼 기업은 소비자 대응 역량을 갖춘 책임자를 두고 전문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며, 블랙 컨슈머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현장 직원의 권한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홍제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전문위원은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악성 민원의 규모는 꾸준히 늘어 심각한 수준”이라며 “식품·의류·제약 등 업종별로 통일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은 “업계, 학계, 소비자 단체, 당국 등이 모여 분야별로 기준과 지침을 ‘행위·내용의 문제’로 분류해 만들어야 한다”면서 “폭언·폭력·성희롱 등 CCTV나 녹취를 통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입증될 수 있는 ‘행위의 문제’, 행동은 정중하더라도 정당하지 않거나 무리한 요구 또는 과도한 보상을 지속해서 요청하는 ‘내용의 문제’ 등으로 나눠 기준과 지침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블랙 컨슈머 현안을 전문적으로 맡을 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 전문위원은 “비이성적 행태를 지닌 소비자가 일반 직원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해를 끼칠 가능성에 대비해 현장의 책임자가 신속하게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변호사는 “블랙 컨슈머를 실제로 상대하는 직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내 권한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직장 상사들은 블랙 컨슈머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담당 직원이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