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 뒤 변별력 따진다며 등장… 국어 영역 집중되며 사교육 광풍 진원지

‘킬러문항’ 왜 생겼나

정부가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꼽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2010년대 후반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출제되기 시작했다. 킬러 문항은 2018년도부터 영어 영역 절대평가 전환에 따라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교육 범위를 벗어나면서 사교육 열풍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킬러 문항 중 특히 국어 영역의 독서 부문 난도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2010년대 후반이다.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한다. 현 표준점수 체계가 도입된 2005학년도부터 2018학년도까지는 127∼140점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9학년도는 역대 최고인 150점을 찍더니 2020학년도 140점, 2021학년도 144점, 2022학년도 149점을 기록하면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문의 길이는 1990년대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정보의 양이 많고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는 지문이 잇따라 나오자 시험 난도 역시 급격히 상승했다. 역대급 ‘불국어’로 꼽힌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31번의 경우 과학과 철학이 융합된 지문을 읽고 만유인력에 대한 별도 제시문을 해석해야 하는 문항이어서 고교생 수준에서 풀기 어렵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출제 당국이 2010년대 후반부터 킬러 문항을 출제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한 것은 영어 절대평가 전환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정부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영역에서 원점수를 기준으로 90점이 넘으면 1등급을 부여하는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영어 시험 난도도 이전보다 쉬워졌다. 영어 영역이 쉬워지자 출제 당국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댈 수 있던 영역은 국어 외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994학년도 수능이 도입된 지 20년 이상 흐르면서 대부분 문제 유형이 간파돼 킬러 문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봤다. 수능이 한계에 다다라 대입 체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